심사평이 내 논문과 어긋난다고 느껴질 때, 저자가 할 수 있는 답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증거입니다. AI 심사평 증가와 리뷰어 부족이라는 해외 동향과 함께 반박 작성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리뷰어의 지적이 내 논문과 어긋난다고 느껴져도, 저자가 할 수 있는 답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증거를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심사평 자체의 질이 흔들린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오래된 원칙이 전보다 더 자주 필요해졌습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08-24
심사평을 의심하게 되는 일이 늘었습니다
논문을 투고하고 몇 달을 기다려 받은 심사평이 정작 내 논문을 읽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지적은 길고 항목은 많은데, 정작 어느 것도 논문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런 인상이 개인의 착각만은 아니라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AI 탐지 업체 팽그램(Pangram)은 2026년 ICLR(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에 제출된 논문 1만 9천 편과 심사평 7만 건을 분석해, 그중 21%인 1만 5,899건을 전적으로 AI가 작성한 것으로 분류했다고 2025년 11월 밝혔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AI가 개입한 심사평은 절반을 넘었습니다.
수치보다 눈여겨볼 것은 그 심사평들의 생김새입니다. 팽그램의 분석에서 AI가 쓴 심사평은 사람이 쓴 것보다 길었지만 정보 밀도는 낮았고, 굵은 소제목을 달아 항목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지적의 내용은 표면적이었습니다. 점수도 사람보다 후하게 줬습니다.
발표되는 논문은 네 배가 됐는데 리뷰어는 그대로입니다
배경에는 훨씬 단순한 사정이 있습니다. 심사를 받아야 할 논문은 계속 늘어나는데 심사할 사람은 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학술 출판 매체 스칼라리 키친(The Scholarly Kitchen)에 실린 드미트리 코체트코프(Dmitry Kochetkov)의 2026년 8월 글에 따르면, 크로스레프에 색인된 학술 산출물은 2004년 228만 건에서 2024년 1,012만 건으로 스무 해 사이 네 배 이상 늘었습니다. 최근의 증가 속도는 더 가파릅니다. 스칼라원 플랫폼을 쓰는 저널들이 2026년 1분기에 받은 투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많았습니다.
받는 쪽 사정은 반대입니다. 호주 찰스스터트대학교 연구진이 학술지 편집자 139명을 설문하고 27명을 면담한 결과, 편집자의 55%가 리뷰어를 구하는 일을 상당한 어려움 또는 매우 큰 어려움으로 답했습니다. 리뷰어 두 명을 확보하려고 초대 메일을 서른 통 넘게 보낸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같은 조사가 지목한 원인은 보상 구조입니다. 심사는 보수도, 공식적인 인정도, 업무량 반영도 없이 이뤄집니다. 심사와 편집 역할을 업무량 산정에서 아예 빼 버린 대학도 있다고 합니다. 연구 실적을 요구받는 압박은 그대로인데, 표시가 나지 않는 일을 맡을 이유는 줄어든 셈입니다.
출판사들이 먼저 선을 그었습니다
학술 출판사들의 대응은 예상보다 강경합니다. 엘스비어(Elsevier)는 심사 과정에서의 생성형 AI 사용을 정면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식 정책 문서는 리뷰어가 원고의 일부라도 생성형 AI 도구에 업로드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심사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독자적 판단은 이 기술의 영역 밖이라는 이유로 AI를 심사 보조에 쓰는 것 자체를 금지합니다. 언어와 가독성을 다듬는 목적이라도 원고 관련 내용을 올릴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밀성입니다. 심사 중인 원고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연구이고, 그것을 외부 도구에 올리는 순간 저자의 권리가 침해됩니다. 다른 하나는 품질입니다. AI가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결론을 내놓을 수 있고, 그럼에도 심사 내용에 대한 책임은 리뷰어 본인에게 남습니다.
다만 이 정책은 리뷰어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저자는 그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정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내가 받은 심사평이 그 선을 지켰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자에게 남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저자에게 남는 문제는 결국 어떻게 답하느냐입니다
심사 제도를 저자가 고칠 수는 없습니다. 저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받은 심사평에 어떻게 답하느냐 하나뿐입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리뷰어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고를 고치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고 반박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작업입니다. 앞의 것을 대응(reaction), 뒤의 것을 반박(rebuttal)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지켜야 할 선은 같습니다. 논문과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저자의 논지를 잘못 이해한 커멘트를 받더라도, 당황이나 불쾌함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리뷰어에게 싸움을 거는 일이 되고, 수정 후 재투고하더라도 게재 거절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이 조언은 AI 심사평이 늘어난 지금 오히려 더 실용적입니다. 심사평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저자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의 없는 사람이 쓴 것인지, 도구가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 분야를 잘 아는 리뷰어가 짧게 쓴 것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구분할 수 없는 상대에게 감정으로 답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도 이득이 아닙니다.
반박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씁니다
답신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만 적는 것입니다. 반박에는 사실과 증거가 필요하다고 짚은 글은,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밝힐 때 반드시 사실과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참고문헌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훨씬 일관된 답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문헌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답하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답신은 다음 순서를 지키면 됩니다.
| 1. 감사 | 지적해 준 데 대한 인사를 먼저 적습니다. 형식이지만 생략하면 태도로 읽힙니다 |
|---|---|
| 2. 이해 확인 | 리뷰어의 지적을 내 말로 다시 요약합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여기서 드러납니다 |
| 3. 사실과 근거 |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참고문헌이나 데이터로 제시합니다 |
| 4. 위치 표시 | 수정했다면 원고의 몇 쪽 몇 줄을 고쳤는지 정확히 적습니다 |
네 번째 항목을 특히 자주 빠뜨립니다. 편집자와 리뷰어는 수십 편의 원고를 동시에 보고 있어서,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찾아 주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찾기 어려운 수정은 하지 않은 수정과 같게 취급됩니다.
심사평이 피상적일수록 이 순서는 더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근거를 갖춘 답신은 그 자체로 저자가 자기 논문을 장악하고 있다는 신호가 되고, 그 판단은 결국 사람인 편집자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리
심사평의 질이 흔들린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발표되는 학술 산출물은 스무 해 사이 네 배가 됐고, 편집자의 절반 이상이 리뷰어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며, 한 학회에서는 심사평의 21%가 전적으로 AI가 쓴 것으로 분류됐습니다.
저자가 이 구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받은 심사평에 답하는 방식입니다. 감정을 빼고, 사실과 증거를 제시하고, 무엇을 어디에서 고쳤는지 정확히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심사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서 저자가 새로 배워야 할 것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예전부터 하던 대로 근거를 갖춰 답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