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보고서는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연구 계획을 심사받고, 통과하면 결과와 무관하게 게재를 약속받는 논문 형식입니다. Nature가 2026년 5월 전 분야로 넓힌 배경과 긍정 결과 96퍼센트 대 44퍼센트라는 비교 결과, 학위논문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등록보고서(Registered Reports)는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연구 계획을 심사받고, 통과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저널이 게재를 약속하는 논문 형식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질문과 방법으로 게재 여부가 정해집니다. Nature는 2023년 일부 분야에서 이 형식을 시작했고, 2026년 5월에 자사가 출판하는 모든 분야로 넓혔습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09-15
결과를 모르는 채로 게재가 확정된 연구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William Brady와 동료들은 2024년 미국 대선 기간에 한 가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감정적이거나 유해하거나 정치적인 게시물을 실제로 증폭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용자가 자기 주변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지였습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한 건도 모으기 전에 주제와 연구 계획을 먼저 동료심사에 부쳤습니다. Nature는 이 선택을 과학 출판에서 드문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연구 자체는 작지 않았습니다. Bluesky 이용자 2,000명의 피드를 세 가지 알고리즘으로 8주 동안 조작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해 1년 가까이 작은 스타트업 비슷한 것을 운영했습니다. 무엇이 나올지 아무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였습니다. Brady는 이 일이 가능했던 이유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논문이 실린다는 약속을 들었습니다.
결과는 절반만 가설대로였습니다. 참여를 끌어올리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 도덕화되고 감정적이며 유해하고 정치적인 콘텐츠를 증폭한다는 가설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자극적인 게시물이 이용자의 참여를 유의하게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영가설 결과입니다. Brady는 등록보고서가 아니었다면 이 발견은 실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ature가 이 형식을 처음 연 것은 2023년 2월입니다. 당시에는 가설을 검증하는 확증적 연구로 한정했고 분야도 인지신경과학과 행동·사회과학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27일, 새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자사가 출판하는 모든 분야로 넓혔습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모으거나 과학적 방법을 비교하는 연구처럼 가설 검증형이 아닌 유형까지 포함합니다.
등록보고서가 실제로 뜻하는 것
이름이 생소해 보이지만 절차는 단순합니다. 심사를 두 번에 나눠 받되, 첫 번째 심사를 데이터 수집 전에 받는 것입니다.
Center for Open Science가 정리한 등록보고서 절차 설명에 따르면 1단계에서 저자는 서론과 방법, 그리고 예비 실험을 했다면 그 결과까지 담아 원고를 제출합니다. 편집진과 심사위원이 검토해 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원칙적 게재 승인(in-principle acceptance)이 나옵니다.
이 승인이 이 형식의 핵심입니다. 승인된 절차대로 연구를 수행하면 저널이 게재를 사실상 보장합니다. 그리고 이 승인은 결과를 이유로 철회되지 않습니다. 철회 사유는 품질 보증에 실패했거나, 등록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거나, 보고의 명확성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2단계에서는 승인받은 절차대로 연구를 수행한 뒤, 원래의 서론과 방법에 결과와 논의를 붙여 다시 제출합니다. 이때 결과 절은 사전에 등록한 분석의 결과를 적고, 등록하지 않은 추가 분석은 "탐색적 분석(Exploratory Analyses)"이라는 별도 절로 분리해 적습니다.

이 형식은 2013년에 신경심리학 저널 Cortex가 새 투고 방식으로 도입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도입 취지를 밝힌 Chambers의 사설이 그 출발점입니다. Center for Open Science는 현재 300개가 넘는 저널이 정규 투고 방식이나 특집호 형태로 이 형식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방식이 결과를 어떻게 바꾸는가
계획을 먼저 심사받는 것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는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Scheel과 Schijen, Lakens는 2021년에 심리학의 표준 문헌과 등록보고서를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2018년 11월까지 출판된 등록보고서 71편과, 표준 문헌에서 무작위로 뽑은 가설검증 연구 152편이 대상이었습니다. 각 논문의 첫 번째 가설만 놓고 세어 보니 표준 문헌에서는 96퍼센트가 긍정 결과였고, 등록보고서에서는 44퍼센트였습니다.
두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저자들은 출판 편향과 제1종 오류 팽창이 등록보고서 쪽에서 줄어든 것을 유력한 설명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바로 나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계획에 묶이면 연구가 얌전해지고 참신함이 깎이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도 측정됐습니다.
Soderberg를 비롯한 연구진은 2021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등록보고서와 표준 출판물의 연구 품질을 비교한 결과를 실었습니다. 연구자 353명이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등록보고서 29편과 비교 대상 논문 57편을 짝지어 심사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등록보고서가 19개 평가 기준 전부에서 수치상 앞섰습니다. 평균 차이는 0.46이었고 척도는 마이너스 4에서 플러스 4까지였습니다.
항목별로는 갈렸습니다. 참신성은 0.13, 창의성은 0.22로 통계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방법의 엄밀성은 0.99, 분석의 엄밀성은 0.97, 논문의 전체 품질은 0.66으로 뚜렷하게 앞섰습니다. 참신함이 깎였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엄밀성 쪽은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국내 학위논문에서는 어떻게 되나
국내 대학원생도 이미 계획서를 씁니다. 프로포절이 그것입니다. 연구문제와 이론, 연구방법과 표본 계획까지 들어가니 구조만 놓고 보면 등록보고서 1단계 제출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계획서는 공개 기록으로 남지 않고, 통과한 뒤에도 구속력이 없습니다. 심사가 끝난 다음에 변수를 바꾸든 표본을 더 모으든 이상치 처리 방식을 고치든,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흔적이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나중에 결백을 증명할 방법도 같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의심은 국내 심사 현장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학술지에 실린 p값들이 0.05 바로 아래에 유난히 몰리는 현상을 정리한 글은 0.04대의 p값이 반복해 등장하는 원고를 심사위원이 어떻게 읽는지 짚고, 그 의심을 푸는 것은 더 낮은 p값이 아니라 사전에 공개한 분석 절차라고 결론짓습니다. 지금 연구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대응이 그 절차입니다.
의학 분야는 이 길을 먼저 갔습니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는 임상시험을 첫 환자 동의 시점이나 그 이전에 공개 등록부에 등록할 것을 게재 심사의 조건으로 권고합니다. 등록부는 WHO 국제임상시험등록플랫폼(ICTRP)의 1차 등록기관이거나 ClinicalTrials.gov여야 합니다. 한국은 WHO의 1차 등록기관 목록에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가 올라 있습니다.

다만 이 요건은 임상시험에 걸린 것이고 학위논문 일반에 적용되는 규정은 아닙니다. 학위논문 쪽에서 사전등록은 제도가 요구하는 절차라기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거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저장소로 흔히 쓰이는 Open Science Framework의 사전등록 안내는 제출 이후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등록을 제출하면 편집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고정본이 되고, 제출한 날짜가 공식 생성일이 됩니다. 최장 4년까지 비공개로 걸어 둘 수 있어 블라인드 심사를 받는 동안에도 쓸 수 있습니다. 공개 상태가 되면 DOI가 자동으로 붙고 그것이 등록번호가 됩니다. 철회는 가능하지만 철회한 등록은 복구도 재제출도 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지점
계획을 먼저 고정한다고 해서 데이터를 본 뒤의 분석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Nature는 예상하지 못한 탐색적 분석을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네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탐색적 분석임을 분명히 밝힐 것, 그 분석을 한 이유를 밝힐 것, 주 결과와 분리해 보고할 것, 그리고 논문 결론의 근거로 삼지 않을 것입니다.
Brady의 연구에서도 이 상황이 실제로 생겼습니다. 유해한 게시물을 올리는 이용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어서 일부 데이터가 계획한 분석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부담도 분명합니다. Nature는 사설에서 이 형식이 만만치 않다고 직접 적었습니다. 두 단계로 나뉘고 각 단계마다 보통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칩니다. 특정 분석 방법에 묶여 버리는 것이 답답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적었습니다.
그래서 무게가 계획서 쪽으로 옮겨 갑니다. 심사위원이 결과를 본 뒤에 논평하지 않고 설계 단계에서 의견을 내므로, 심사가 연구를 평가하는 쪽에서 만드는 쪽으로 옮겨 갑니다. Brady는 이 경험 이후로 학생들에게 등록보고서를 한다고 가정하고 시작하자고 말한다고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나중에 시간을 크게 아껴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형식을 낙관만 하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Szollosi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2020년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사전등록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묻는 글을 실었습니다. 통계 검정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는 통계 모형이 이론과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으므로, 그 대응이 약한 상태에서 통계 절차만 다듬어 봐야 이론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재현성 문제의 더 나은 설명으로 확증과 탐색의 구분이 없다는 점 대신 이론이 지나치게 유연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리
등록보고서는 심사의 순서를 바꾼 형식입니다. 결과를 보고 판단하던 것을 질문과 방법을 보고 판단하는 쪽으로 옮겼습니다. Nature가 2023년에 일부 분야에서 시작해 2026년 5월 전 분야로 넓혔고, 300개가 넘는 저널이 같은 형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교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긍정 결과의 비율이 표준 문헌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참신성이나 창의성은 떨어지지 않은 채 방법과 분석의 엄밀성 평가가 올라갔습니다. 물론 사전등록만으로 이론의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가설과 표본 크기, 변수와 제외 기준, 분석 절차를 적은 계획서를 공개 저장소에 시점과 함께 올려 두는 것 정도입니다. 그 기록이 나중에 p값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내놓을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