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저자는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입니다. 연구비 확보와 일반적 감독만으로는 자격이 생기지 않습니다. ICMJE 기준과 CRediT 14개 역할, 명예저자 실태 수치까지 공식 문서로 정리했습니다.
논문의 저자는 연구에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니라, 국제 기준이 정한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저자가 될 수 없고 감사의 글에 들어갑니다. 연구비를 따 왔다는 것만으로도, 연구실을 총괄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 자격은 생기지 않습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10-07
이름을 올릴 자격이 없는 저자는 얼마나 흔한가
감으로 짐작하던 문제가 최근 수치로 정리됐습니다. 2024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보건의학 분야 명예저자 실태를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은 설문 19건을 묶어 비율을 추정했습니다.
| 무엇을 물었나 | 비율 | 근거 |
| 기준을 알려 주지 않고 "명예저자가 있었다고 보는가"를 물었을 때 | 26% (95% 신뢰구간 21~31) | 설문 6건, 응답자 2,758명 |
| ICMJE 기준을 알려 준 뒤 같은 질문을 했을 때 | 18% (15~21) | 설문 11건, 4,272명 |
| 응답자가 말한 각 저자의 실제 기여를 ICMJE 기준과 대조했을 때 | 51% (47~56) | 설문 15건, 5,111명 |
| 명예저자를 넣으라는 요구를 받아 본 적이 있다 | 10% (9~12) | 설문 11건, 3,663명 |
| 명예저자를 넣은 적이 있다고 인정 | 16% (13~18) | 설문 2건, 823명 |
세 번째 줄이 눈에 띕니다. 연구자 본인에게 물으면 18퍼센트인데, 그들이 적어 낸 기여 내용을 기준과 하나씩 대조하면 51퍼센트가 됩니다. 스스로는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관행이 절반쯤 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저자들은 포함된 설문들의 방법론적 질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함께 적었습니다. 수치를 그대로 우리 분야에 옮기기보다, 기준과 관행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네 가지 기준은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가 정한 저자와 기여자의 역할 기준은 네 가지입니다. 그리고 넷은 골라 담는 목록이 아닙니다. 모두 만족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 1 | 연구의 착상이나 설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거나, 데이터의 수집·분석·해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
| 2 | 원고를 작성했거나, 중요한 지적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
| 3 | 출판될 판본을 최종 승인했다 |
| 4 | 연구의 모든 부분에 대해 책임지기로 동의했다. 정확성이나 무결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면 적절히 조사되고 해결되도록 하는 책임이다 |
1번만 두고 보면 저자가 될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설문을 돌려 준 사람도, 자료를 정리해 준 사람도 데이터 수집에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2번과 3번, 4번이 함께 걸립니다. 원고를 읽고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했고, 최종본을 승인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고 동의한 사람만 저자가 됩니다.
4번은 특히 무겁습니다. 저자가 된다는 것은 공을 나누는 동시에 책임을 나누는 일입니다.
기준을 못 채운 사람은 감사의 글로 간다
ICMJE는 네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사람은 저자로 올리지 말고 감사의 글에 밝히라고 적고 있습니다. 빼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리를 옮기라는 뜻입니다.
감사의 글에는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적습니다. 학술 자문을 했다거나, 연구 계획을 검토했다거나, 데이터를 수집했다거나, 환자를 진료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절차가 하나 더 있습니다. 편집자는 교신저자가 감사의 글에 이름이 올라가는 모든 사람에게서 서면 동의를 받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연구비와 감독만으로는 저자가 되지 않는다
ICMJE는 그것만으로는 저자 자격이 생기지 않는 활동을 따로 나열해 두었습니다. 국내 대학원에서 실제로 다툼이 생기는 자리가 대부분 여기입니다.
- 연구비 확보
- 연구 그룹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 또는 일반적인 행정 지원
- 집필 보조, 기술 편집, 언어 교정, 교정 교열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라 한 번 더 적습니다. 이 활동을 한 사람이 저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활동"만" 한 사람이 저자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연구비를 따 온 지도교수가 연구 설계에 참여하고 원고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최종본을 승인하고 책임에 동의했다면 네 기준을 충족합니다.
CRediT는 기여를 14개 역할로 적는다
저자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 ICMJE 기준이라면, 각자 무엇을 했는지를 적는 도구가 따로 있습니다. CRediT(Contributor Roles Taxonomy)입니다.
CRediT 공식 문서에 따르면 기여를 14개 역할로 나눕니다. 착상(Conceptualization), 데이터 큐레이션, 형식적 분석, 연구비 확보, 조사, 방법론, 프로젝트 관리, 자원, 소프트웨어, 감독, 검증, 시각화, 원고 초안 작성, 원고 검토 및 편집입니다. 2022년에 ANSI/NISO 표준(Z39.104-2022)으로 승인됐고, 공동체가 소유하며 CC-BY 4.0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이 목록을 보면 앞 절의 내용이 다르게 읽힙니다. 연구비 확보와 감독은 CRediT에서 엄연한 기여 역할입니다. 다만 그 역할만으로는 ICMJE 저자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두 체계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CRediT은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하고, ICMJE 기준은 그중 누구를 저자로 올릴지를 정합니다.
실무적으로는 CRediT을 먼저 쓰는 편이 편합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 각자 어느 역할을 맡을지 적어 두면, 나중에 저자 순서를 정할 때 기억에 기대지 않고 기록을 놓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도교수를 빼야 하나
여기서 결론을 서두르면 반대쪽 실수를 하게 됩니다. 시니어 연구자를 공저자로 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탑 저널에 실린 논문의 저자 순서를 대규모로 분석해 보면, 시니어 저자 대다수는 그 저널에 주니어 저자로 먼저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입니다. 논문 610만 편의 저자 순서에서 확인된 이 규칙을 정리한 글은 선배 연구자와 함께 관문을 먼저 통과해 본 경험이 이후의 게재 확률과 인용을 함께 높인다고 짚습니다. 신진 연구자에게 시니어 공저자는 실질적인 자산입니다.
그래서 판단의 기준은 지위가 아니라 기여입니다. 지도교수가 연구 설계를 함께 잡고 원고를 비판적으로 읽고 최종본을 승인했다면 저자입니다. 연구비 계좌의 명의자이고 학기마다 진행 상황을 물어본 것이 전부라면 감사의 글이 맞는 자리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논문마다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지점
첫째, 저자 문제는 원고를 다 쓴 뒤에 꺼내면 늦습니다. 그때는 이미 이름을 넣고 빼는 문제가 됩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 역할을 적어 두면 논의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둘째, 저널마다 요구가 다릅니다. ICMJE 기준을 그대로 쓰는 저널이 많지만, 투고 화면에서 CRediT 역할을 저자별로 체크하게 하는 저널도 늘었습니다. 목표 저널의 저자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셋째,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은 다릅니다. 학위논문은 단독 저자가 원칙이고, 그 내용을 학술지에 낼 때 공저자 구성을 정하게 됩니다. 이때 지도교수와 미리 이야기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해집니다.
넷째, 기준을 지키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명예저자를 넣으라는 요구를 받아 봤다는 응답이 10퍼센트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준을 꺼내 놓고 이야기하는 편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보다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정리
저자 자격의 기준은 네 가지이고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착상이나 설계 또는 데이터 관련 실질적 기여, 원고 작성이나 비판적 검토, 최종본 승인, 그리고 연구 전체에 대한 책임 동의입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감사의 글이 그 사람의 자리입니다.
연구비 확보와 일반적 감독, 언어 교정은 그것만으로 저자 자격을 만들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반대로 시니어 공저자를 두는 것 자체는 신진 연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두 이야기는 충돌하지 않습니다. 기준이 보는 것은 지위가 아닙니다. 기여입니다.
지금 준비 중인 논문이 있다면 저자 후보마다 네 기준을 하나씩 대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각자 맡은 역할을 CRediT 목록에 맞춰 적어 두시기 바랍니다. 원고를 다 쓴 뒤보다 지금 하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