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중심에서, 소통과 협력의 시작

'한국우주과학회 봄 학술대회' 과학문화 세션 현장 취재

최근 과학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학기술인들의 대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나 민간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 30일, 여수에서 열린 한국우주과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국우주과학회는 ‘과학문화 특별 세션’을 개최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문화 대중화에 현장 연구자들의 관심과 참여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R&D 중심의 학술대회와 최초로 협업 세션을 시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감대와 긍정적인 시그널을 상호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적 협업 사례였다고 본다.

이번 과학문화 세션은 ‘과학기술의 효율적인 대중 소통을 위한 협력 패러다임 전환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민간, 과학관, 창의재단, 출연연, 학계 등의 과학문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 과학문화 활동가들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민간과 공공의 과학문화 협력

첫 발표를 맡은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는 “앞으로의 과학문화 방향성에서 민간과 과학기술계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과학문화 유관 집단의 소통 활동 경험을 통한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대중의 인식 사이에 점차 간극이 벌어지고있는 지금, ‘과학 문해력’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 소통이 필수적이다.

결국, 과학소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공공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이 발굴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하고, 연구기관은 기존의 추진하던 홍보를 넘어 기관에 소속된 과학문화 전문가를 꾸준히 발굴하고 늘려나가야 한다.

현재 민간에서는 과학책방 갈다를 비롯하여 다양한 과학문화와 관련된 여러 단체가 생겨나고 있으며 정부출연연구소, 전시 및 연구기관 등과 꾸준히 연계하여 과학기술인의 참여를 확대하려고 시도하며 이 ‘간극’을 소통으로 메우고 있다.

첫 발표를 맡은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 ⓒ김재혁 선임연구원

이어지는 발표는 과학관과 연구소가 어떤 형태로 협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유관 기관 각각의 주도적인 역할 및 개선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과학문화와 소통, 과학관과 출연연 협력이 필수적

이정모 관장은 과학관과 정부출연연구소 간 상호 협력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대외 활동의 의미, 활동 주체, 상호 관계, 발전에 필요한 요소 등에 대한 기관별 상반된 관점과 구체적인 성과 확산의 목적 차이를 제시했다.

특히, 협업 강화를 위한 매개체로써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과학관과 정부출연연구소는 각자 목표에 따른 협력 방안을 구분하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교집합인 과학문화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국내 과학기술 문화확산을 위한 과학관과 정부출연연구소 간 협력 관계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재혁 선임연구원

이지용 교수는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SF 콘텐츠와 과학문화의 협력 방안을 소개하기 위해 미항공우주국, 클라리온 주립대학 등 해외 연구기관과 SF 관련 단체가 협업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우경 박사는 정부출연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자의 관점에서 전통적인 기존의 대중기술 소통 노력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시도를 소개했다.

특히,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소통 훈련이나 연구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당위성 및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현 상황에 관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개선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허경호 책임연구원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위한 텍스트 마이닝 분석과 디지털 시대의 과학자, 언론, 인플루언서, 플랫폼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과학소통 전략 수립에 대한 시사점을 피력했다.

정한호 교육팀장은 소규모 민간 과학체험 프로그램 운영의 현장에서 나타난 과학문화 확산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거창월성우주창의과학관의 세부 프로그램 및 만족도를 분석하였고, 지리적 접근성 문제, 전문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이명현 대표를 좌장으로, 이정모 관장, 이지용 교수, 이우경 박사, 허경호 책임연구원, 정한호 교육팀장이 참여한 패널 토의 및 청중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2021년 한국우주과학회 봄 학술대회 과학문화 세션 현장 ⓒ김재혁 선임연구원

과학문화 전문인력의 전문성과 필요성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 회장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이나 인플루언서가 과학적 오류를 제공할 가능성’과 ‘비대면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과학관이라는 오프라인 중심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으로 토론의 시작을 열었다.

이에 대해, 허경호 책임연구원은 “소통의 주체인 인플루언서가 활용하는 내용은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하기에, 소통 방식에서 개선된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며 본질은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지용 교수는 “혹시 오류가 있는 정보가 나오더라도 스스로 자정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이정모 관장은 “과학문화 콘텐츠 역시 과학계에서 이루어지는 동료평가와 마찬가지의 절차를 밟기 때문에,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잘못된 정보가 나오더라도 금방 검증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문화 전문인력의 주체에 관해서 “연구자 중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할지, 소통 전문가가 연구역량을 길러서 참여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명현 대표와 이정모 관장이 견해를 나눴다.

먼저, 이명현 대표는 “이건 오래된 딜레마로 과거에는 연구자가 과학문화 전문인력으로 활동을 했지만, 최근 소통능력이 뛰어난 젊은 층에서 과학문화 전문인력을 꿈꾸는 인력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인력 양성과정도 그에 따라 제공되는 과정이 세분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교육 대상의 발굴과 커리큘럼의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모 관장은 “과학문화 전문인력은 과거에 지식보다 현재의 따끈따끈한 연구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연구를 해석해서 대중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실제로 연구자들이 그들의 콘텐츠 수준을 유지해줄 수 있으니 과학문화 전문인력은 시민의 언어를 사용하는 역량을 기르고, 연구자들의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과학소통을 위한 과학커뮤니케이터를 선발하는 페임랩코리아 ⓒ사이언스타임즈

또한, 이 관장은 과학관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온라인으로 훌륭한 정보를 훨씬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현재 시점에서 대형 건물을 짓는 것보다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의 일부를 활용하는 등 소규모 과학관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런던과학관이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과 같은 해외 대형 건물이 한국 과학관의 모델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우리나라에 적합한 최초의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기술의 발전

과학문화를 확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지용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만들고 주도하고 확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대중은 문화의 요소를 따라잡기 벅차기 때문에 양질의 형태로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과학문화를 밀접하게 접하면서 과학적 사고를 갖춘다면 유사과학이나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동의했다. 특히, 이우경 박사는 “더 많은 예비 연구자가 관련 연구에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의 재미와 의미를 알려야 하는데, 여기엔 과학문화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자가 연구뿐만 아니라 본인의 연구를 알리는 것도 자신의 업무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연구자들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과학문화 세션을 통해 과학기술의 현장인 학회에서 다양한 과학문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연구자들과 나눠볼 수 있었고, 과학문화 전문인력의 역할, 과학문화 전문기관과 정부출연연구소, 민간 사이의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제한된 참석 인원과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과학기술 현장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우주과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기회는 학회의 마지막 날,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띤 질문과 생산적인 의견이 오갔으며, 세션 말미에 연구자로서 앞으로 대중과의 소통 활동에 참여하겠냐는 질문에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손을 들어 확고한 의지를 표현했다.

ⓒ김재혁 선임연구원

추후 우주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또 다른 과학기술 기반의 학회 현장에서 이번과 유사한 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과학문화 전문인력과 현직 연구자들의 실질적인 협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우주과학회 봄 학술대회 자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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