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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에서의 승강기 분쟁의 판례와 비판

 

건축물에서의 승강기 분쟁의 판례와 비판

 

승강기 분쟁은 건축업자, 건물관리주체, 입주민대표회의, 승강기제조업자, 승강기보수업자, 승강기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가 다수인 관계로 법적 소송 등의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분쟁의 판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글 윤병희((주)첨성시스템 대표이사)

 

 

 

승강기 분쟁의 개념

 

승강기의 분쟁은 건축공사에서의 공사대금 분쟁, 승강기 제조업자와 승강기 부품공급업자 간의 품질로 인한 물품대금 분쟁, 승강기 제품의 하자로 인한 건설회사와 입주민 간의 하자 분쟁, 승강기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분쟁, 건물관리주체 및 승강기보수업자와 피해자와의 사고 분쟁 등으로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승강기 사고는 신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동반하게 되므로 다른 제품으로 인한 피해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 건설사와 입주민대표회의 사이의 분쟁 사례

 

본 사건은 광주 소재 약700여 세대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승강기 하자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에서 D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건이다. D건설사는 K승강기업체와 12대의 승강기 제작 및 설치공사를 완료하였고, 입주 초기부터 심한 소음 및 진동과 작동중지 등의 고장이 자주 발생하여 주민들이 정상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을 호소하였다. 승강기 보수업체들의 고장수리 및 유지보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 및 고장발생 등의 하자가 개선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 승강기의 구체적인 고장횟수는 승강기 설치 후 약 44개월 동안 총 543건(연평균 약148건)의 고장이 발생하였고, 1대당 연평균 약12.3회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주요 쟁점] D건설사는 이 아파트 승강기에 발생한 하자는 설치 및 시공 상의 하자가 아니라 K사 제품의 기술적 지식이 부족한 보수업체에게 맡긴 유지관리문제, 사용 상의 과실이 원인으로, 건설사는 그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보수작업을 시행하여 감정인 정부검사기관의 하자 감정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모두 치유했다고 주장하였다. 입주자대표회의 주장은 K사는 국내영업을 중단하고 폐업하였으며, 영업양도를 받은 J사는 인천에 소재한 회사로 광주 소재의 T사에게 이 아파트 승강기유지관리를 다시 위임하였으며, 승강기 유지관리 담당한 이후의 약7개월 동안에도 총49회의 고장이 발생하여, 이 아파
트의 승강기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다.

 

 

[판결]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승강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설치된 12대의 승강기는 K사에서 제조한 ‘기계실이 없는 승강기’이다. 통상 기계실이 없는 승강기는 주로 낮은 층수의 건물이나 지하주차장, 지하철역 등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 아파트와 같이 지하 2층, 지상 25층의 고층 아파트에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이 모델의 승강기는 이 아파트에 설치된 12대를 포함하여 국내에 총 138대가 설치되어 있어 그 설치대수가 극히 미미한 편이다. 감정인 정부검사기관은 1개월 기간에 걸쳐서 이 아파트 승강기에 관하여 하자감정을 실시, 전동기 및 브레이크를 제외한 승강기의 나머지 주요부품이 전반적으로 불량한 것을 확인하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 조속한 시일 내에 승강기를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부분의 하자의 원인은 설치 및 시공 상의 하자로 확인된다는 취지의 감정결과를 제출하였다.

 

 

[손해배상액의 산정] 감정인 정부검사기관의 감정결과에 따라 이 아파트 승강기의 교체비용은 4대 승강기 제조사의 평균 견적금액으로 배상하여야 하나, 이 아파트 승강기에는 아파트 사용승인일로부터 이 사건 하자감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사이의 약 3년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발생적인 노후화 현상이 진행되어 그와 관련된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점, 승강기를 유지보수 하면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하자 발생에 사용상의 부주의 또는 유지관리상의 잘못이 일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점 등을 모두 참작하여, 건설사가 입주민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위에서 인정한 금액의 75%로 제한하여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전문가의 기술적 견해로는 K사는 설치 당시에 전 세계에 15만대 이상의 설치실적의 품질을 확보하고 있었다. 법원 판결은 낮은 층수의 건물에만 적용하는 모델이라고 했지만, 사건 아파트의 운행구간이 26층, 행정거리 약70m로 제조사의 평균 설계 행정거리가 80~90m인 점을 고려한다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는 낮은 층에만 사용한다는 것으로 단정을 지은 상태에서 법리 검토에 들어가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K사 승강기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승강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건축현장에는 모래, 시멘트 등의 이물질 등이 항상 존재하고 있고, 설치공사 도중에 공사용 엘리베이터로 사용한 현장의 환경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부검사기관의 감정결과는 설치시공 상의 하자였지만, 설치시공 상의 하자만으로는 승강기 전체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

 

 

❖ 승강기 업체와 승강기 부품공급업체 간의 분쟁 사례


A승강기업체가 유럽 B사의 로프를 수입 설치하였고, 이 사건 로프의 파단사고가 발생됨에 따라 책임소재 및 물품대금과 관련한 분쟁이 일어났다. A승강기업체는 이 사건 로프의 파단원인이 로프의 제조품질 불량이므로 유럽 B사에게 로프의 교체를 요구하였고, 이에 필요한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각자의 주장이다.


[주요 쟁점] B사에서는 정부검사기관의 감정결과에 따라서 로프 자체의 하자가 아니고, A승강기업체의 주문에 따라 이 사건 로프를 공급한 것에 불과하므로 미지급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A승강기업체는 유럽 B사가 A승강기업체의 고속엘리베이터의 설계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을 고속, 고양정 엘리베이터에 사용된다고 홍보하여 이 로프를 구매하게 한 것이므로 B사의 대금지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결] 법원에서는 정부검사기관의 사실조회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 로프 자체에 로프 파단의 원인이 될 만한 점은 발견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 로프에 하자 있다는 A승강기업체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본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기술적 견해로는 감정인 정부검사기관은 전문장비를 이용하여 로프의 파단원인을 분석하였겠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의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즉, 윤활의 현장이 없었고, 운송과 보관과정에 있어서도 로프는 항상 물, 비, 오물, 모래 등으로부터 보호되도록 취급되어야 하며, 이것들에 노출되면 로프와 윤활유는 손상을 입게 되고, 부식성 물질에의 노출 또는 꼬임이 발생하게 되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어서 강도가 현저히 저하된다. 이러한 것들이 조사가 되지 않으면 감정의 오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 와이어 로프의 사양을 발주처에서 지정하는 것은 안전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승강기 제조사의 설계 및 제품 특성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로프 제조사인 B사와 승강기 제조업체인 A사의 공동의 책임으로 사료된다.

 

 

승강기 감정, 공정하고 상세한 접근 필요


건설사와 제조사와의 사이에서 발생되는 분쟁은 안전사고가 아니라면, 민법에 의한 물품대금지불 등의 민사소송으로 진행되지만, 건축주와 입주민대표회의에 의한 소비자에 의한 하자분쟁은 품질, 안전, 사고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어 민법, 형법, 제조물책임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승강기 안전사고로 인한 분쟁의 경우는 승강기 이용자들이 승강기 관련 지식의 부족으로 법률대리인과 승강기 감정기관의 조사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검사기관의 조사결과가 법적 분쟁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승강기업체와의 기술적인 분쟁에서는 소비자인 승강기 이용자가 승강기 시스템을 거의 모르기 때문에 제품의 하자를 입증하기에는 매우 힘든 구조이다. 그래서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제조사가 제품의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하도록 하여야 하고, 보수점검회사도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 의해서 불법행위 여부에 대해서 입증하도록 하여야 한다. 승강기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산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이 매우 크므로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공정하고 상세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