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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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 프롤로그
군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병역거부에도 계보가 있다
도대체 양심이 뭐길래
평화와 비폭력을 상상하기
이등병이 쏘아 올린 작은 평화
다양한 ‘겁쟁이’들의 등장
아빠는 박노자를 읽기 시작했다
병역거부자들의 슬기로운(?) 감방생활
병역거부를 포기한다는 것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실패가 길이 되려면
“너희는 총알도 아까우니 칼로 찔러 죽여야 해”
감옥 가는 남자, 옥바라지하는 여자?
전쟁수혜자를 막아라
난민을 선택하는 사람들
「병역법」이 달라졌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까지
비판을 넘어 대안을 말하기
‘가짜’ 병역거부자, ‘가짜’ 난민, ‘가짜’ 트랜스젠더?
대체복무제라는 출발점
○ 질문하는 순간들
○ 에필로그
추천사
-
평화주의와 비폭력, 그 단어 앞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정말 그게 가능할까?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회의하던 나에게, 이 책은 똑같은 의심을 품고도 결코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병역거부자와 평화활동가들의 역사를 들려준다. 그들의 행동에는 냉소를 무너뜨리는 힘이 있다. 명확한 대답 대신 모든 명확성의 폭력을 흩뜨리는 강력한 질문을 담은 책이다. 평화를 향한 갈망과 의심을 동시에 품은 모두에게 권한다.
-
작은 시민단체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고 강조했던 이는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였다. 병역거부로 수감되었던 이 책의 저자가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는 ‘전쟁없는세상’이 없었다면 대체복무제는 아직 우리의 사회적 획득물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운동의 한 획을 이룬 성취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거기에 머무를 수 없다고 말하며 그 너머를 향한 질문과 자기 성찰을 기록했다. 바야흐로 시민사회운동이 팬덤화, 체제내화의 경향에 주춤거리는 때에, “회의(懷疑)하면서 전진하자!”라는 구호가 사파티스타만의 것이 아니라고 믿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책 속으로
81년 동안 반복된 역사가 있다.
첫 번째 수감 기록 이래, 약 80여 년 동안 1만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들의 죄는 병역거부, 남을 해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5쪽)
그렇게 나는 비폭력도, 반군사주의도, 시민불복종도 모른 채 병역거부운동을 시작했다. 평화주의자여서 병역거부를 했다기보다는, 병역거부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그렇게 병역거부를 만나고 보니 병역거부의 의미도 역사도 모든 게 새로웠다. 한국에서 병역거부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누가, 왜 병역거부를 했을까? (15쪽)
오태양의 등장은 나와 같은 당시 입영 대상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가득해도 군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고, 실제로 그게 가능한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시력이 안 좋아도 반드시 군대에 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는 젊은 남성이 등장하는 광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오태양의 등장으로 비록 감옥에 갈지언정 군대에 가지 않는 걸 ‘선택’할 수 있다는, ‘병역거부’라는 선택지가 갑자기 뚝 생겨난 것이다. (18~19쪽)
“집에 침입한 강도가 당신의 여동생을 강간하려고 한다. 당신 옆에는 칼이 있다. 당신은 그 칼을 휘둘러 강도를 제압할 것인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저잣거리에서 보거나 들었다면 ‘사람들이 비폭력의 양심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재판정의 판검사가 이런 질문을 해댄다니 놀라웠다. 이건 질문이 아니라 함정이고 공격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가장한 이런 공격은 대답하는 사람이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31쪽)
유민석의 등장 이후로 많은 병역거부자는 더 이상 용감하지 못한, 강인하지 못한, 다시 말해 소위 ‘남자답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나약함의 자리에서 병역거부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유들은 종교적인 이유 혹은 사회운동적인 이유처럼 조직적인 형태를 띠지는 않았지만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61~62쪽)
병역거부자들의 다양한 양심은 당연하게도 당대의 국가폭력과 만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의 죽음이, 2000년대 중반에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정부와 군대가 보여준 폭력성이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흔들었고, 2010년대에 들어서는 용산 참사와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에서 철거민과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하게 행사된 공권력의 폭력이 병역거부자들의 결심을 굳혔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병역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64쪽)
2020년대의 한국은 전 세계 전쟁 시장에서 중요한 행위자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10개국에 7년 연속으로 포함되었고, 무기수출 점유율에서도 세계 10위를 기록 중이며, 그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가다. 한국산 무기와 시위 진압 장비는 바레인, 예멘, 태국, 인도네시아 파푸아바랏 등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더러는 시민들의 목숨까지 빼앗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무력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에 한국은 상당한 책임이 있다. (129~130쪽)
출판사 서평
“그래도 남자라면 군대는 가야지”
당연한 군필? 평화주의로 새로 고침!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홍세화 추천!
20세기까지 여호와의증인 신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오던 병역거부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그 기반이 대폭 확장되었다. 2001년, 종교가 아닌 양심의 자유를 말하며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오태양의 병역거부는 순식간에 병역거부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특정 종교인의 예외적인 행동으로 여겨졌던 병역거부는 오태양의 등장과 함께 인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이 책은 바로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20여 년을 평화주의 시선으로 살피며, 수많은 병역거부선언이 한국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파고든다.
저자는 2003년 창립한 평화운동 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창립 멤버이자 2005년 병역거부를 한 당사자이며, 병역거부운동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하고 있는 19년 차 평화활동가다. 저자는 병역거부를 하는 개인으로서의 고민과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평화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다면적으로 아우르며 군사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사유하고 기록했다. 이를 통해 병역거부가 단지 ‘군대에 가지 않을 자유’를 논하는 문제가 아님을 설득한다.
병역거부 다시 보기: 군사주의 바깥을 상상하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의심과 혐오를 거두지 못한 채 병역거부자를 바라본다. 그 시선은 이런 말들로 발화될 것이다. “안보의 무임승차자!” “남자답지 못한 놈, 겁쟁이!” “양심적 병역거부? 도대체 양심이 뭐야?” “비폭력 평화라니, 휴전 중인 나라에서 너무 이상적인 소리 아니야?”
이러한 물음표들은 ‘강력한 군대가 평화를 지킨다’는 군사주의적 안보의식에 기인한다. 군사주의적 안보의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병역거부자들이 말하는 양심, 비폭력, 반군사주의, 시민불복종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겨지고, 병역거부는 순식간에 ‘기피’와 동의어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나 각자의 윤리의식과 사상에 따라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지만, 군사주의 안보의식이 ‘당연한’ 사회는 총을 들지 않을 양심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2020년 이전까지, 병역거부자는 ‘범법자’ ‘비겁자’로 낙인찍히며 감옥으로 향했다.
저자는 자신 역시 병역거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비폭력이나 양심, 반군사주의나 시민불복종으로서의 병역거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우연히 병역거부운동을 시작했지만 자신에게도 “군대 문제는 마냥 미뤄두고 싶은 숙제”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병역거부를 결심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책에는 꽤 오랫동안 비폭력과 양심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던 저자가 내린 답이 친근한 서술로 정리되어 있고,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으로서의 병역거부를 깨닫게 되는 생생한 순간 또한 그대로 담겨 있다.
비폭력이나 양심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우연히 병역거부운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 책 안에서 병역거부가 평화운동임을 깨닫고, 이를 실천해 감옥에 수감되고, 무기산업 등 다른 문제로도 시야를 확장하며,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그리하여 대체복무제 도입이라는 큰 성취를 마주하면서도, 냉정한 시각으로 그 이후를 고민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담긴 이러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군사주의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병역거부의 역사: 평화에 대한 상상력이 확장되어온 발자취
저자는 2001년 오태양, 2003년 강철민의 병역거부를 두 눈으로 마주하며 군사주의 바깥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살인과 폭력을 훈련하고, 폭력에 더 강한 폭력으로 맞서는 일은 정말 ‘평화’를 위한 것일까? 군사주의는 안보의 유일한 방법일까? 저자가 품고 있던 그러한 의심에 행동으로 답을 보여주는 병역거부자들의 등장은 그에게 일종의 ‘확신’으로 다가왔다.
한국 병역거부운동의 초창기부터 함께한 저자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이해하고자 과거를 살핀다.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 유신시대,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쳐 1990년대 중후반과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병역거부자는 끊임없이 존재해왔고, 저자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언급하며 병역거부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들려준다.
1990년대부터 병역거부는 불교나 가톨릭교, 기독교 등 여러 종교인들로 이어지며 종교계 내에서 먼저 확장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평화주의, 퀴어페미니즘, 남성성에 대한 성찰, 군대의 폭력성과 공권력의 무책임함에 대한 저항 등으로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된다. 병역거부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언어’로 병역을 거부하며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폭력과 차별을 폭로했다.
1990년대까지의 인물들을 책과 자료에서 찾아냈다면, 2001년부터 현재까지는 저자가 직접 만나고 마주한 인물들이다. 병역거부의 역사 속에서 어느 순간 자신도 한 장면을 이루어 온몸으로 부딪친 사람의 이야기에는 생동감이 가득하다. 김초엽(《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의 추천사처럼, 병역거부자와 평화활동가들의 행동에는 ‘비폭력 평화, 그런 게 가능하겠어?’라는 “냉소를 무너뜨리는 힘이 있다”.
“사회운동이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
단, 운동의 한계를 성찰하며 나아갈 때
저자가 활동하는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200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매년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각종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왔고, 무기거래 감시활동 등 궁극적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여러 활동에 나선 것도 모두 전쟁없는세상의 평화운동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인 징병제와 군사안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직접행동”인 병역거부가 시작부터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려웠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당시 진보적인 사람들에게조차 “그래도 군대는 가야지”라는 지청구를 듣는 일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너무 큰 상황에서도 전쟁없는세상은 거리로 나가 병역거부를 반대하거나 오해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설득했다.
당시 앞장서서 병역거부운동을 옹호하고 이 책에도 추천의 말을 보탠 홍세화(《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의 말처럼, “전쟁없는세상이 없었다면 대체복무제는 아직 우리의 사회적 획득물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병역거부는 선언인 동시에 말 걸기”였다고 말하며,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결국 대체복무제 도입이라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을 병역거부운동의 분명한 성과로 서술한다.
그러나 저자는 운동의 성과를 서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면을 운동의 한계와 문제점을 성찰하는 데 할애했다. 병역거부자 남성만 ‘영웅’으로 부각되고 여성 활동가는 ‘조력자’로 인식되는 문제, 병역거부자의 대다수가 중산계급에 고학력자라는 점, 남성연대를 꾀했던 초기 병역거부운동 전략의 한계 등 운동의 안팎을 막론하고 적지 않은 문제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촘촘히 짚어내며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위계를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평화운동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 또한 담아냈다.
“평화를 향한 갈망과 의심을 동시에 품은 모두에게”
군대와 전쟁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는 군사주의적 안보의식은 평화에 대한 상상력을 제한한다. 단적인 예로 군사주의와 폭력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를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는 군대의 열악한 복지, 폭력성, 부당한 업무 지시 등 군 내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국가를 향해야 할 분노가 엉뚱하게도 반군사주의를 외치는 병역거부자들을 향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한국은 전쟁산업에서 점점 더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쓰는 10개국에 7년 연속으로 포함되었고, 무기수출 점유율에서도 세계 10위를 기록 중이며, 그 점유율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가다. 한국산 무기와 시위 진압 장비는 바레인, 예멘, 태국, 인도네시아 파푸아바랏 등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더러는 시민들의 목숨까지 빼앗고 있다.” (129~130쪽)
강한 군사력은 정말 평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일까? 군비경쟁 가속화와 무기산업의 가파른 성장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자. 폭력에 맞서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일 뿐 평화가 아니다. ‘비폭력 평화, 말은 좋지. 근데 그게 가능하겠어?’ 갈망하면서도 회의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때다.
기본정보
ISBN | 9791190422970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18일 | ||
쪽수 | 196쪽 | ||
크기 |
114 * 188
* 16
mm
/ 17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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