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방사성 물질

입력 : 2021-04-20 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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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 존재하고 있는 방사성 물질. 시계 초침, 나침반, 안내 표지판 등에 사용되는 야광 도료에 쓰이는 원료. 바로 ‘삼중수소’ 얘기다.

삼중수소는 1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원자핵이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와 전자로 구성된 수소보다 세 배나 더 무겁다. 1934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엔 방사선 폐기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반감기가 12.3년 정도로 방사성 물질 중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축에 속하는 삼중수소는 핵융합 에너지 원료가 되면서 미래 에너지의 핵심 물질로 칭해진다. 흔한 물질인 수소와 달리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인위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구하기 힘든 물질이다. 1g당 가격이 3만 달러(약 3300만 원) 수준에 달하는데, 20일 현재 1g당 금값(6만 3700원)과 비교해 보면 몸값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삼중수소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겠다는 결정을 공표하면서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비를 활용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하고 배출 기준에 맞게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삼중수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삼중수소는 산소와 결합한 물 형태로 일반적인 물속에 섞여 있으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체내에 들어왔다가 배출되는 생물학적 반감기는 10일 정도로 짧지만, 몸속 유기화합물들과 결합해 몸 안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신체 특정 부위에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축적된 삼중수소는 유전자 변형, 세포 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인체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오염수에 들어 있는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와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내 자국민들은 물론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일본 인근 국가들의 반발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과연 방류만이 답일까. 현재 탱크보다 훨씬 큰 대형 탱크를 순차적으로 건설해 교체하거나 ALPS 처리 오염수를 시멘트와 모래로 모르타르 고체화해 반지하에 처분하는 방식 등 환경단체들이 내놓는 대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경제적인 잣대만 들이대서는 안 된다.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처리 방법을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후세대에 오염을 더 이상 물려줄 수는 없다.

윤여진 국제팀장 onlypen@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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