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역사도심기본계획 재정비안 발표 예정…생활유산 보존 강제 규정 빠질 듯 3일 시에 따르면 올해 연말 발표 예정인 역사도심기본계획에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이 담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지정된 생활유산은 건물 외형 등을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재정비 과정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내용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도심기본계획은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시내 4대문 안에 있는 △경복궁 서측 △북촌·인사동·돈화문로 △대학로 △세종대로 △세운상가 △동대문 △남산 등 7개 지역의 별도 관리 지침을 세운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한 2015년 첫 보고서가 나왔다.
과거 시는 박 전 시장 도시재생 철학을 반영해 문화재법에 따라 보호받는 문화재와 사적 및 건축 전문가들이 보존 가치를 인정하는 근현대 건축자산 외에도 '생활유산'이란 별도 기준을 만들어 이에 준하는 보존 의무를 부여했다.
현행 역사도심기본계획상 생활유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 기술, 업소, 생활모습, 이야기 등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최초이거나 희소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 또는 그에 상응하는 권위를 지닌 업소와 시설 △설립연대가 길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호로 지속적으로 영업한 상업시설 △장소가 이전되거나 건물이 신축됐으나 명칭, 설립, 운영 주체의 일관된 계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유산은 7개 지역에 총 49개가 지정돼 있다. 단일 지역 기준으로 세운상가 일대가 16개로 가장 많다. 최근 법적 분쟁 끝에 철거가 결정된 을지면옥을 비롯해 양미옥, 조선옥, 흥남집, 신창면옥, 평래옥, 을지다방, 송림수제화, 우레옥, 방산시장, 중부시장, 흥남집, 신창면옥, 함흥냉면, 평래옥, 종로양복점 등이다. 현 위치에서 지속 영업을 지속 중인 곳도 있지만 재개발을 앞두고 이전한 곳도 있다.
2017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세운 3-2구역에 위치한 을지면옥이 대표 사례다. 당시 사업 시행자는 기준 동의율을 충족해 건물 철거 후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박 전 시장이 "노포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이후 시행사와 을지면옥 측이 5년 간 지분 보상비를 놓고 분쟁을 겪은 후 최근 법원의 철거 결정으로 사업이 재개됐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생활유산 관리 규정의 '보존·활용' 내용을 삭제하고 기록, 전시, 표식설치 등 일종의 흔적남기기 유형의 관리법도 변화된 여건에 맞게 명확하게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관리 규정이 바뀌면 조선옥 등 인근에서 영업 중인 노포 상점도 소유주 선택에 따라 새 건물 입주시 별도 지정 점포로 이전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시행사와 재개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일대 정비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도심 재개발 정상화를 강조한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정책 기류도 바뀌었다. 생활유산이라는 이유로 노후된 건물을 존치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을지면옥 등 노포가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해당 건물 가치가 아니라 음식 조리법이나 고유의 맛을 지키자는 이유"라며 "건물 존치가 이런 가치를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역사도심기본계획 재정비 안에서 일대 건물 높이 제한을 변경하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오 시장은 세운지구 재개발 건물 높이는 90m에서 120m로 상향 조정하고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분을 공원 등 녹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조치가 현실화되려면 역사도심기본계획상 건물 높이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