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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2019년 2월, 나는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여민회 활동가로 새롭게 시작했다. 아직은 낯선 우리 단체 회원 20여명과 방문한 광장.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그야말로 페미니스트 부흥의 장이었다.

우리 단체 회원들이 다양한 세대의 페미니스트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에 기고만장해지고, 전국에서 모인 여성단체 부스들은 지갑을 털어갔다. 광장에서의 황홀한 연대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제주에 내려갔다.

제주에서는 제주시청 앞에 12개 단체 및 정당이 모여 부스를 열고 세계 여성의 날을 도민들에게 소개했다. 제주 안에서만 12개의 단체가 모여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기념하다니 유토피아 같았다. 드디어 페미니즘이 세상을 뒤집어엎는 이 절체절명의 타이밍에 제주섬에서 여성단체 활동가로 일하다니 나도 참 난놈이구나 싶었다.
 
2022년 제주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
 2022년 제주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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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정치, 바로 지금! 나도 정치한다!

1년간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뒤엎지도 못했고, 제주가 여성주의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 상태로 제주지역 3.8여성대회 연대모임에 제주여민회가 간사단체를 담당하게 되었고, 나는 3.8 제주지역 여성의 날 담당자가 되었다.

단체 내에서 제주여성영화제 담당자이기도 하기에, 3.8 여성의 날을 맞아 도민들과 여성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강유가람 감독을 초청해 <우리는 매일매일>을 상영하는 환상의 기획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되었다.

온라인 위주로 진행하게 되면서 주제를 다시 정리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3.8여성대회를 준비했다. 여성 국회의원 0명, 여성 도지사 0명, 여성 도의원 18.6%, 여성 이장 2.3%, 여성 어촌계장 23.5%이라는 숫자로 제주 여성의 과소대표된 현실을 짚고, '강인한 제주여성'라는 모순된 수식어를 비판하며, 제주여성 우리 모두가 정치적 주체로 나아가야 함을 선포했다.

#일터에선 '실직', 가정에선 '돌봄 독박' 코로나 위기,
성평등한 국가 돌봄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2021년을 맞이했다. 모두가 기억하듯 당시 코로나 고립의 연쇄작용으로 가정 내 아동학대라는 참담한 뉴스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가해자 부모 모두에게 동등해야 할 책임이 가정 내 성 역할 고정관념으로 여성에게 기울어져 더 가혹하게 지탄이 돌아가는, 반복적인, 여성혐오적 온라인 논쟁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제주지역 3.8 여성대회 연대체는 팬데믹 상황 속 여성에게 더 가혹해진 불평등에 집중했다. 제주 여성 실업자 지표가 전년 동월 대비 4배 증가하고, 도민 성평등 의식실태조사는 돌봄 성역할 의식이 가장 낮음을 알렸다. 이러한 현실 속 국가의 돌봄정책 공백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한 정책과 문화, 여성의 정치적 힘이 절실함을 알리고자 했다.
 
2022년 제주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
 2022년 제주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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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강인한 한 표!
- '강인한 제주 여성'으로 소비되길 거부한다! 우리의 평등한 권리, 정치적 대표성을 되찾자!

2022년은 아무래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핵심 주제일 수밖에 없었다. 제주지역 여성대회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투표 독려와 함께 제주여성의 정치대표성에 집중했다.

2020년 주제에도 담아내었던 '강인한 제주 여성' 상징은 제주의 역사적 배경 속 지역공동체를 재건했던 제주 여성의 명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통계지표는 제주여성이 성평등하지 못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제주 여성의 정치대표성 확대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더불어 허울뿐인 담론을 거두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강인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요청하는 한 해였다.

#제주여성, 퇴행의 시대에 맞서다: 생존, 연대, 전진!

올해 제주지역 3.8 여성의 날을 기획하기 위해 모인 13개 단체는 첫모임부터 난감했다. 슬로건을 정하는 일은 매년 순조롭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의 집중 이슈로 모아지기는 했었다. 각 단체들이 천착하는 문제들 모두 지금 당장 중요한 이슈들이었으며, 제주 곳곳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투쟁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도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모두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으며, 정치문화의 성평등 의식이 결여됐기에 심화된 문제들이다.

올해 제주지역 3.8 기념대회는 생존을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투쟁하는 모든 제주여성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연대를 느끼고 전진할 동력을 얻어가는 귀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회의한다. 제주여성! 퇴행의 시대에 맞서, 생존! 연대! 전진!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글쓴이는 이세원 제주여민회 활동가입니다.


태그:#38, #세계여성의날, #한국여성대회,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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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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