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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 자택서 숨진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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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중앙포토]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 [중앙포토]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마 전 교수가 5일 오후 1시35분쯤 자택인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연세대 정년퇴임 후 우울증

경찰은 현장 상황에 미루어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목을 멘 것 같다. 1시51분쯤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마 전 교수가 쓰던 방의 책 위에는 지난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언장이 있었다고 한다. 재산 등을 이복누나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마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이 심해 병원측에서 입원을 권했는데 본인이 거부했다고 한다. 부검 필요성 없는 걸로 판단한다. 다만 이전에 자살시도를 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1951년생인 마광수 교수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해직과 복직을 반복해오다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했다.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그가 사회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필화 사건을 겪으면서다. 여대생 사라가 온갖 종류의 성관계를 즐기며 쾌락을 추구한다는 이 소설은 당시 ‘외설 논란’을 일으키며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마 전 교수는 결국 그해 10월 강의 도중 검찰에 연행된 뒤 구속됐다. 음란문서 유포 혐의였다. 법원도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마 전 교수는 상고했지만 1995년 대법원은 그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웃 주민들은 마 전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9)씨는 “사흘 전에도 부축을 받으며 근처를 돌아다니는 걸 봤다. 곁에 부축한 남성도 60대로 보였는데 걸음걸이가 씩씩하진 않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망 소식을 들은 연세대 교수들도 ‘착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문학평론가인 정명교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충동의 해방을 추구했던 분이고 표현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분이나 성적으로 탐닉을 하셨던 분은 아니다. 굉장히 고독하고 심오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유분방한 작품과는 정반대로 금욕적인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신형기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소식을 방금 접해서 뉴스를 보던 참이다. 착잡할 뿐이다. 어머님이 살아계셨는데 최근에 돌아가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료 교수 A씨는 그의 작품을 추월한 현실이 그를 괴롭게 한 건 아닐까 한다는 의견을 냈다. A씨는 “충동의 해방이라는 문학 정신을 갖고 있었는데 충동의 해방을 현실이 추월함으로서 오는 위기의식, 내가 더이상 할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한 허망함이 우울의 원인을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정년 직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굉장히 그에겐 충격적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여성국·하준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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