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보험사 M&A 물꼬 텄지만… 완주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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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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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롯데손보 인수전 완주 ‘미지수’
지주사, 홍콩 ELS 배상으로 1분기 순익 감소
원·달러 환율 상승에 하반기 실적 부진 우려
롯데손보 제외하면 나머지 인수 매력 떨어져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 측이 원하는 가격에 차이가 커 실제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본사 전경. /롯데손보 제공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면서, 올해 보험사 인수 경쟁이 막을 올렸다. 그러나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금융지주사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 롯데손보 인수전 참전은 했지만

29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지난 2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았다.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의향서를 냈고, 블랙록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들도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 경쟁에 참여할 후보로 지목돼 왔다. 국내 지주사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이 많은 이익을 거둬 그룹 전체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이런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다만, IB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실제 롯데손보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양측이 서로 원하는 가격대의 차이가 커 우리금융이 인수 과정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원하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롯데손보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매겨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손해보험사 매물을 검토하기 위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면서 “실사를 통해 가격 등의 조건이 정해둔 기준에 맞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실탄’ 넉넉지 않아

금융지주사들은 보험사 인수에 많은 ‘실탄’을 쓰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홍콩 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 상품을 팔았던 은행들이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돼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거뒀다.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1조3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고, 하나금융도 6.2% 감소한 1조340억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보험사 인수가 가장 시급한 우리금융은 1분기 순이익이 8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감소했다.

2분기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외화 환산 손실이 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의 외화 부채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지급해야 할 액수가 늘어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는 이대로 실현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연준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를 이유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홍콩 ELS 손실 배상으로 거액을 써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자금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사진은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액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다른 보험사 매물은 매력 떨어져

인수합병(M&A) 시장에는 롯데손보 외에도 여러 보험사가 매물로 나온 상태다. MG손해보험과 ABL생명, KDB생명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여기에 이르면 하반기에 동양생명의 매각 작업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현재 민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손보 외에 다른 보험사 매물은 금융지주사의 관심을 끌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과 영업 조직 등을 갖춘 보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은 규모가 작고 브랜드 가치도 높지 않은 편이라, 인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지주사들은 또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 인수를 원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저출산·고령화와 혼인 감소 등으로 장기보험 수요가 줄어 실적이 부진한 반면, 손해보험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손보를 제외한 유일한 손해보험사 매물인 MG손보는 재무 건전성이 낮고, 손실 규모가 커 인수 후보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실적 관리에 비상이 걸려 보험사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의 경우 지금도 보험사보다는 증권사 인수를 우선 추진한다는 입장이라, 롯데손보와의 가격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련 없이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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