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명 사직 권고’ 대통령실, 현재까지 10명 그만뒀다

조형국 기자    김원진 기자

‘관보 병무청 공고’ 대통령실 74명 명단 확보

그만둔 4급 이상 행정관급 10명 신원 첫 확인

남은 64명 중 정치권 인사가 31명으로 ‘최다’

법조계는 12명…윤석열 장모 변호사도 재직

극우 단체·정당 활동 이력 인물들도 살아남아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태극기와 함께 봉황기가 게양돼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태극기와 함께 봉황기가 게양돼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8월 말, 용산 대통령실에서 ‘피바람’이 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취임 100일을 전후로 곤두박질친 지지율, 반전의 디딤돌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내부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다음 달 추석 연휴 전에 비서관들이 상당수 물갈이될 것” 등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언론 지면에 도배됐다. 비서관 두 명이 사임했고 한 명이 면직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9월7일 ‘행정관급 인적개편 규모가 몇 명인가. 50명쯤 되나’는 질문에 “그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행정관 50여명 물갈이를 공식화했다. 행정관급 직원 50여명이 사직을 권고 받았고 의원면직 형식으로 사표를 썼다는 것도 기정사실이 됐다.

그러나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관보에 실린 병무청 공고(공직자의 병역사항)를 통해 74명의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4급 이상 행정관급 직원 중 사직한 이들은 모두 10명이었다. 10명도 적지는 않지만 대통령실이 밝힌 50여명의 사직 권고와는 거리가 먼 수치다. 대통령실을 떠난 행정관급 직원들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독]대통령실 ‘공개 거부한’ 직원 명단, 이미 관보에 공개된 자료였다

https://url.kr/5jmqow

경향신문은 병무청 공개/개방 포털의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 열람’ 서비스를 활용해 관보에 게재됐던 74명의 현직 재직 여부를 파악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공직자의 이름과 소속기관을 입력하면 병역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소속기관에 대상자가 없을 경우 ‘조회된 결과가 없다’고 출력된다.

대통령실이 밝힌 행정관급 사직 규모 50여명과 관보와 병무청 서비스를 통해 확인된 실제 사직 규모가 차이가 나는 이유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①대통령실이 밝힌 사직 규모 50여명이 거짓인 경우 ②재직 기간이 짧아 미처 병역사항이 공개되지도 않은 사직 행정관이 다수인 경우 ③대상자가 실제 사직을 했지만 병무청 전산처리가 안 돼 재직 중인 것으로 검색됐을 경우 ④잠시 대통령실에 파견됐던 ‘늘공’(직업 공무원)들을 소속 부처로 돌려보냈을 경우 ⑤사직자 대부분이 5급 행정관에 집중됐을 경우 등이다.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는 4급 이상 행정관급 직원 정보가 공개돼있는 병무청 관보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는 4급 이상 행정관급 직원 정보가 공개돼있는 병무청 관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 병역사항이 공개되지 않은 ‘어공(정치권 등 외부 출신 공무원)’ 행정관이 있을 확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병무청 병역사항 수정은 최장 한 달까지 걸리는데, 대통령실이 ‘행정관급 50여명 교체’를 밝힌 것이 지난 9월7일이라는 점에서 당시 사직이 진행됐다면 전산상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다. 병무청 관보에서 파악되는 74명은 모두 ‘어공(정치권 등 외부 출신 공무원)’이며, 원래 속한 부처로 돌아가야하는 ‘늘공’에게 ‘사직 권고’라고 표현했을 가능성도 낮다. 따라서 ②, ③, ④의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다만 5급 행정관은 병역사항 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 규모나 사직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들이 주된 사직 대상자였을 가능성(⑤)은 존재한다.

물러난 10명 중 4명은 선임행정관이었다. 우모(49)·박모(39)·윤모(62)·유모(50) 선임행정관이 공직을 떠났다. 나머지 6명 중 3명은 3급(3급 상당 포함) 행정관으로 박모(54)·최모(44)·김모(45) 행정관이었고, 또 다른 3명은 4급(4급 상당 포함) 행정관으로 김모(39)·이모(50)·조모(54) 행정관이었다. 이 중 국회 보좌진 또는 당직자 출신으로 확인 또는 추정되는 인물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는 1명이었다. 김모 행정관은 과거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도 4급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였다. 나머지 3명은 입직 경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직 권고’ 피해 여전히 근무 중인 64명 면면 보니

떠난 10명을 제외하고, ‘인적쇄신’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4급 이상 행정관은 64명이었다. 병무청 병역사항 열람 서비스에서 현재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나는 직원들이다. 주요 이력을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정치권 인사가 32명으로 가장 많았다. 과거 정부 또는 청와대에서 일한 인사가 10명이었고 당직자 또는 보좌관을 지낸 이들이 25명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추정되는 이는 박재홍(57)·이강래(49) 선임행정관과 김중식(55)·문재웅(45) 행정관, 김용위(46) 팀장이었다. 박근혜 정부에 몸담았던 이들은 이재성 선임행정관(56)과 정호윤(43)·조지연(32)·장영호(59)·심우찬(48) 행정관이었다. 심우찬 행정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래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정호윤 행정관은 제1부속실 행정관, 조지연 행정관은 뉴미디어정책비서관실 행정요원을 지냈다.

법조인 출신 행정관(12명)도 피바람을 피했다. 김앤장(2명)·율촌(2명)·세종(2명) 등 대형로펌 출신이 절반을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이충윤 변호사(38)와 대선 캠프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 고발을 도맡았던 최지우 변호사(43)도 공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인 중 선임행정관은 두 사람이었는데, 서울회생법원 판사로 근무했던 율촌 출신 이주헌 변호사(44)와 김앤장 출신 최지현 변호사(45)였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김진성(53)·김정환(46) 행정관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든 채 걸어가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었던 권오현 변호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든 채 걸어가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었던 권오현 변호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극우적 성향의 단체나 정당 활동 이력이 있는 인물도 살아남은 자들에 속했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창당한 자유한국21·자유민주당에서 대변인을 역임하고 ‘문재인 퇴진 국민모임’, ‘문재인 주사파 퇴진 투쟁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성은경 행정관(56)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은)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정치보복”,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단임을 실천하고 물러남으로써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시초를 열었다”고 말했던 이다. 권오현 변호사(41)는 “조직적 선동가들로 구성된 촛불 세력이 전면에 등장해 선량한 시민들을 현혹함으로써 전국을 허위 날조에 의한 인격 살인의 굿판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내용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관보에 실렸는데... 대통령실 “개인정보라 확인 어렵다”

현직 행정관급 직원 64명의 평균 나이는 46.5세였다. 현직자 64명 중 가장 고령인 행정관은 민윤기 행정관(59)이었고, 가장 젊은 행정관은 강세원·고범준·조지연 행정관(35)이었다. 남성은 54명, 여성은 10명이었다. 여성 10명 중 4명은 변호사였다.

경향신문이 경력이나 입직 경로를 확인·추정하지 못한 행정관급 직원은 총 9명이었다. 이 중 6명이 재직 중이며, 3명은 대통령실을 떠났다. 아직 재직 중이면서 출신배경이 ‘미확인’으로 분류된 6명은 김두영 선임행정관(41)과 민윤기(59), 정연수(48), 강동주(46), 마유진(41), 신진욱(55) 행정관이었다. ‘늘공’도, 법조인도 아니며 선출직에 도전했거나 정당에서 근무한 사실도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9월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비서실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9월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비서실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에 ‘이미 관보에 4급 이상 행정관 실명이 공개되고 있는데 명단 공개 요청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해당 명단이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게 맞는지’ 등을 문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직 진단 관련해선 비서실장이 이미 기자단에 충분히 밝힌 바 있으니 참고하라”며 “구체적인 정보는 개인 신상 정보에 해당돼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확인한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실 직원 관련 정보나 의문 사항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제보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급 직원 명단

https://url.kr/81lfi9

[단독]‘50여명 사직 권고’ 대통령실, 현재까지 10명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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