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장 불가' 이틀간 숨긴 둔촌주공 조합…리스크에 사업 정상화도 ‘미지수’ [집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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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7. 오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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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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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출 연장 불가 공문 수령 뒤
15일 오후까지 조합원 공지 없다가
관련 언론 보도 있자 '뒤늦은 통지'
"이틀이나 늦은 것 이해하기 어려워"
지난 5일 오후 촬영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강동두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조합이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도 이를 이틀 동안 조합원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 2달 뒤 7000억 원의 대출을 조합이 홀로 변제해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조합의 주주 격인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조합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조합장 명의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전문가들은 조합 관련 중대한 사실이 이틀이나 뒤늦게 통보된 것은 조합 운영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13일 오후 대주단으로부터 사업비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렵다는 공문을 받도고 약 이틀 후인 15일 오후까지 이를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조합이 관련 사실을 고지한 것은 15일 오후 5시 37분께로, 이 시각 조합은 조합장 김 모 씨 명의로 “만기연장을 위해서는 대주단의 전원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대주단 중 일부가 만기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만기연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이 때는 이미 관련 언론 보도가 수십 건 나온 이후다.

둔촌주공 조합은 현재 NH농협은행 등 17개 금융기관 및 PF으로부터 8월 23일이 만기인 7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받고 있다. 대주단이 만기 연장 또는 리파이낸싱(대주단 구성 등을 바꿔 대출 상환일 도래 이전 대출을 상환하고 재대출을 받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조합이 수천억 원의 대출 상환금을 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둔촌주공 조합원 수는 약 6000명으로 조합원 전원이 1인당 1억 원이 넘는 자금을 약 두 달 안에 구해 조합에 전달해야 조합 단독 변제가 가능하다. 공사 중단이 2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출을 추가로 일으켜 기존 대출을 갚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사실상 조합이 단독으로 채무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서고 있어 조합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질 시 시공단이 대출금을 대신 갚게 된다. 이는 가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시공단 관계자는 1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대주단이 사업비 대출 만기 연장 불가를 통보한 만큼 기존에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으로서는 추후 조합이 대출금 변제를 못할 경우 대위변제를 하게 된다”며 “대위변제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후 조합원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조합 집행부가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비 업계 관계자는 “이틀이나 통보가 미뤄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집행부가 불리한 내용을 숨겼다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입장문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둔촌주공 조합 집행부의 한 임원은 16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13일 늦은 오후 공문을 받았다”며 “조합장 등 집행부가 이후 (15일까지) 다른 업무 처리 등으로 경황이 없어 해당 공문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둔촌주공 분쟁·협상 일지. 서울경제DB



기자 프로필

성장기업부 기자. 중소·중견기업, 벤처·스타트업 업계·정책 취재. [이덕연의 경제멘터리]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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