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벌어 산 한옥에서 연탄가스 사망사고…인생반전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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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7. 오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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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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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최고령 윤종복 서울시의원 당선인 인터뷰
"내면에서 우러나는 인사 상대방은 알아봐"
"도시재생 기본 몰랐던 사업 …골목안쪽은 자재 져날라야 해 집 짓는 돈 세배 "
"서울시의회 규제완화특별위원회 설치 제안할 것"
윤종복(74) 서울시의원 당선인. 당선인 측 제공

흔히 '인생백세'라는 말도 있지만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요즘 일흔이 넘은 나이에 범위를 더 넓혀 더 높은 곳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종로구 2선을 거친 윤종복(74,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당선인이 그랬다. 욕심 비우고 3선 구의원 도전을 신청했는데 당에서 시의원 출마를 요청했다.

지난 23일 종로구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의정활동을 준비하느라 매우 바빴다.
 
"저희 지역이 의원도 없고 당협위원장도 없는 사고당이었어요. 저도 나이를 의식했지요. 사실 마음 비우고 구의원을 신청했는데 주변에서 아직은 쓸만한 사람이라고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당에서 시의원 출마요청이 왔고 역량평가시험을 거쳐 후보가 됐습니다"
 
그의 이번 선거 구호는 '길이 없으면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겠습니다'였다. 법으로 안되는 일도 열심히 길을 찾으면 민원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라고 했다.
 

"골목골목 누비벼 민원 생기면 늘 현장으로 달려가"


독실한 크리스찬이기도 한 그는 "의회의 기본설치 목적을 위해서 구의원으로서 열심히 했다"며 "골목골목을 누비며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함께 기도하고 민원이 생기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도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저는 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한다"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를 상대방은 알아본다"고 강조했다.
 
그가 두 차례 종로구의원을 하며 발의해 통과시킨 조례는 '종로구 자문 밖 창의예술마을 조성 및 자원에 관한 조례안', '종로구 지역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협력에 관한 조례안' 등 10여 개다.
 
이번 선거에서는 낙후된 종로를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며 한옥 용적률 상향과 용도완화 등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재개발 대상 지역들에 대한 주민 합의 과정서부터 전력투구, 방공포 군부대 이전후 체육센터 건립 추진, 부암평창 문화예술 특구지정 등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종로의 현안에 대해 "종로 같은 구도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지금 하수관이 30년 넘어 막히는 게 60%다. 냄새가 올라오고 하는데 종로구 돈 가지고 못한다"고 했다.
 
현재 등록인구가 14만4천여명인 종로의 문제에 대해 그는 "탁상공론 규제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로, 거주시설 환경 교육 전부 문제 …강남북균형발전 이뤄야"


윤종복 서울시의원 당선인. 당선인 측 제공

"지난 13년 동안 1만7천명이 떠나갔는데 거주 시설과 환경, 교육에 전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전에 오세훈 시장이 강남북균형발전을 많이 얘기했는데 난 그것이야말로 역사적인 정책이라고 보고 적극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년간 환경을 보전하며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서는 "이상만 가지고 추진했던 현실성 없는 사업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제가 8년 동안 싸운 것 중 하나가 재생사업이었다"며 "종로에서만 공식적으로 300억 들어갔는데 부수예산까지 하면 1300억 이상이 공중에서 분해됐다고 본다. 골목 안쪽은 기계도 못들어 가 자재를 전부 져날라야 하는데 집 짓는데 세곱절이 든다. 특정한 작은 동네 한 곳에 벽화를 그리고 꽃길을 만들고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지. 전체 낙후된 지역을 다 그런식으로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집을 못짓고 수리를 못하다보니까 젊은 사람들은 아파트로 떠나고 슬림화 되고 썩어들어간다"며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냐는 전화를 수없이 받았다. 상임위 때마다 얘기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들이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이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있다며 "공무들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야 되는데 소신이 없다. 오세훈 시장 역시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주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낙후된 구도심 개발을 위한 규제완화를 최우선 의정과제로 삼고 있는 그는 7월1일 출범할 11대 서울의회에 규제완화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의장을 맡기로 한 김현기 의원한테 얘기는 했고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도 있었다"며 "이 특별위원회에 들어가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규제와 인연이 많다. 한옥 규제 문제 해결과 북촌가꾸기 사업 등에 봉사하다가 2014년 처음으로 종로구의원이 됐다.
 
그는 한옥 규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고 고백했다. 가난한 청년이 70대에 시의원이 되는 인생반전이 이뤄진 계기가 한옥이었는 것.
 

"군 제대한 첫날,  고향 못가고  하숙비 아끼려고 남산에서 자"

그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국가유공자다. 하지만 젊은시절 너무 가난했기에 군 제대하고도 고향인 강원도에 가지 못하고 첫날부터 하숙비를 아끼기 위해 남산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종로쪽이 내려다 보였어요. 어떻든 서울서 비비고 살아야 하는데 평생 집 하나 장만할 수 있을까 깜깜했지요"
 
그는 이후 리어카로 청량리시장에서 배추를 떼다 면목동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팔았다고 한다. 또 군대 시절 군악대에서 드럼을 쳤던 경험을 살려 밤에는 업소에서 드럼과 키타를 쳤다.
 
나중에는 테니스라켓 영업사원을 하면서 밤업소를 뛰어 낙원동에 공연 프로덕션을 차리게 됐다.
 
"당시 제 몸값이 꽤 됐어요. 리어카를 끌고 언덕을 오르던 의지로 열심히 일했고 돈도 잘 벌렸어요. 드디어 종로에 평생 모은 돈으로 한옥을 샀습니다. 세들어 살던 사람이 교사였는데 먹을 것도 챙겨주고 잘 지냈는데 그만 1990년대 초 흐린 어느 날 연탄가스 사고로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빛을 내 거의 집값에 달하는 정도의 보상을 해야 했고 결국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내 집인데도 마음대로 고칠 수 없었던 한옥 규제 문제에 매달리게 됐다고 했다.
 
이후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돕다 제도권에 들어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권유에 따라 늦은 나이에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노력으로 평생 처음 마련한 한옥이 제 인생반전의 계기가 됐죠. 그래서 시의원이라는 자리까지 오게된 건데 열심해 해야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서울시의원 중 나이가 가장 많다보니 첫 회의 때는 임시의장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임기 동안 종로구 발전과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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