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소모되지 않는, 일하는 의회를 만들겠다”···서울시의회 최연소 의원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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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5. 오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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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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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1일 출범하는 제11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1994년생 최연소 당선자들이 지난 8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의 박강산, 이소라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김규남 당선인. 우철훈 선임기자


7월1일 개원하는 11대 서울시의회에서는 112명의 시의원이 활동하게 된다. 이 중 16명인 14.2%가 20·30대 청년 의원이다. 특히 이 가운데 12명이 지역구 당선자로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았다. 경기도의회(12.8%)와 인천시의회(10%) 등 수도권 광역의회도 의원의 13%가 청년층이다. 여전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세력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입성한 지방의회는 어떤 변화가 이뤄질까.

지난 8일 김규남(국민의힘 송파1선거구), 박강산·이소라(민주당 비례대표) 등 3명의 서울시의원 당선인이 경향신문에 모였다. 모두 1994년생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꼰대’(권위적인 기성세대) 문화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고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연소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세 당선인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4년 후 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도 했다.

- 서울시의회 최연소 당선인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이소라 당선인(이하 이소라) = ‘노년층·장년층·청년층’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른 당선인들과 함께 의회를 이끄는 게 저희 역할인 것 같다.

박강산 당선인(이하 박강산) = 기초의원 중에는 2000년생 당선자도 있어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청년 당선인이) 많이 회자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최연소에 얽매일 것은 아니다. 최고령인 윤종복 당선인(74)을 만났는데 ‘세대 균형의 시의회를 만들자’고 하시더라. 깊이 공감했다.

김규남 당선인(이하 김규남) = 주민들이 저를 뽑아주신 건 ‘젊은 사람이니 지금까지 못한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일 거다. 성원에 보답하도록 의정활동을 하겠다.

세 당선인은 ‘청년 정치인’보다는 ‘정치인’이길 바라면서도 연령 정체성이 앞으로 민심을 듣고 생활형 의정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

박강산 = 같은 나이대라도 서울에서 바라보는 풍경, 겪은 일들은 전부 다르다. 하지만 시대적인 경험을 공유한다.

이소라 = 당내에서도 계파정치나 패권정치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청년세대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런 변화와 혁신을 말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김규남 =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로 시민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제11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소속 김규남(가운데·송파1선거구) 당선인이 지난달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김규남 당선인 페이스북


-시민과 소통하는 데 청년 정체성은 어떤 역할을 할까.

박강산 = 11대 시의회의 청년 의원 16명이 공감대를 이뤄서 한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당파를 넘어 청년들이 단체로 성명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소라 = ‘정신 차리라’고 말이다.

김규남 = 청년 시의원들끼리 모임을 갖고 공부를 할 수 있다.

이소라 = 우리끼리 꼰대 문화에 기죽지 말자고 했다. 당당하고, 가감 없이 쓴소리도 하자.

-청년들의 의회 입성은 왜 주목받을까.

박강산 = 새로운 사람이 말하는 정치 담론에 더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유권자인 시민 입장에서는 ‘인적 쇄신’일 수 있다. 생물학적 젊음을 앞세우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소라 = 다른 세대 정치인보다 주목도가 큰 게 부담이기도 하다. 모든 의원이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인데 유독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김규남 = 개인적으로는 ‘청년 정치인’이라 불리고 싶지 않다. ‘청년’ 타이틀에 가두는 일이고, 능력이 하향 평가될 수도 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똑같은 정치인이다.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제11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민주당 소속 박강산(오른쪽 두번째)·이소라 당선인(오른쪽)이 지난달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소라 당선인 페이스북


이소라 당선인은 중학교 때부터 정치와 의원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돼 청소년의회를 거쳐 성인이 된 후 민주당에서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대학생 임대주택 신청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꾼 뒤 정치 효능을 체감하고 선출직에 나서게 됐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가졌던 고민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했다는 것을 인지한 박강산 당선인은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사자성을 띤 운동가로서 정치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의정활동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인 김규남 당선인은 한전에 입사해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했지만, 또래는 자신과 달리 위험하고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은 것을 보고 노동조합과 권리연합회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청년 노동자의 권익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후 제도권 정치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해 2020년 국민의당에 들어갔다. 합당 후 국민의힘에도 중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지역구 출마를 결심했다.

사회적으로 기반이 부족한 청년이 스스로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취업과 생계가 현실 제1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규남 = 선거에 나가려 해도 비용과 공천 등 진입장벽이 크다. 지역위원회, 당협위원회에서 선택돼야 공천받는데,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일찍 취직해 7년간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을 선거에 썼다. 하지만 20대가 7000만~8000만원을 모아두는 게 쉽지는 않다. 후원회보다 정당 지원금을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강산 = 원래 광진구에 출마했으나 잘되지 않아 비례대표를 준비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부담은 덜했다. 그런데 비례 경선 때도 ‘내정자가 있다’는 소리도 있었고, 당내 기반도 크지 않은 데다 경선 방식이 하루 전에 결정돼 심리적 압박이 컸다.

이소라 = 선거법 개정으로 후원회를 만들 순 있지만 대부분 후원금을 꽉 채우지는 못한다. 청년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대해 당 내외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민주당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후보였던 박강산 당선인(왼쪽)과 이소라 당선인(오른쪽)이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두번째)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영길 페이스북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도 살아남는 길은 험난하고, 그래서 소수인 청년은 언제나 더 주목받는다. 세 당선인은 바로 이것이 한국 정당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규남 = 청년이 소모적으로 소비되지 않게 하려면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당내에서도 그렇다. 입지가 좁아 정책 등이 반영 안 되면 소용이 없다. 일한 만큼 보상이 돼야 하는데 청년은 공천 험지가 있을 때 보내는 식으로 소모되기 쉽다. 보완법을 찾아야 한다. 독일의 정치 사관학교처럼 어릴 때부터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소라 = 당에서 ‘젊음’을 보여주려고 청년을 동원하거나, 앞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의견만 듣는 건 의미 없다. 권한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열심히 활동하고 당에 기여한 청년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박강산 = 청년정책은 청년이 권한을 갖고 예산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능감과 관심도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세 당선인은 시의회와 시 집행부의 정책에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한다는 차원에서도 권한의 분배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송파1선거구 후보였던 김규남 당선인(오세훈 시장 오른쪽)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김규남 당선인 페이스북


겨우 ‘세력화’된 청년 의원들의 4년은 서울시의회 정책의 ‘다양성’을 만들고, ‘일하는 의회’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강산=청년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공부하면서도 우정을 다졌으면 좋겠다. 청년의 정체성을 하나로 규정하는 건 위험하다. 청년 의원들도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할 수 없다. 각자의 관심사가 의정 활동으로 이어지면 다양성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규남=일하는 의회를 만들고 싶다. 시민들이 지방의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는 데 청년 의원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이소라=16명의 청년 의원들이 스스로를 청년 집단에 가두지 않고, 각자 영역에서 관심 있는 주제에 목소리 내면서 정책과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7월 출범하는 제11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1994년생 최연소 당선자들이 지난 8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의 박강산, 이소라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김규남 당선인. 우철훈 선임기자


이념보다 이익을 대변하는 실용적인 민생에 집중하는 것도 청년 의원들의 특징이다. 이소라 당선인은 서울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많은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가족들을 돌보는 청년 가장(영케어러)의 지원과 보호를 위한 울타리도 만들어 볼 예정이다. 박강산 당선인은 주민 자치와 민관 협치에 관심이 많다. 서울형 자치분권 특별회계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젠더 문제를 같이 논의하는 공론장을 형성하는 것도 목표다. 김규남 당선인은 서울에서 청년들이 저임금 단기 일자리에서 벗어나 기반을 잡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해 볼 생각이다. 또 특별 조례를 제정해 시의원들의 실적을 시민들이 평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문화재로 개발 규제가 많은 지역구(풍납 1·2동, 잠실 4·6동)의 숙원사업도 풀어야 한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김규남 = 정치인이라기보다 선출직 공직자로 불리고 싶다. 청렴하고 실천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 젊은 사람이 바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뽑아주신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이소라 = 4년간 ‘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박강산 = 시민 눈높이로 스스로 검열하며 거대 담론보다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 비례로 시작했지만 지역 정치로 확대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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