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재건축 현장.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자료=한경DB
서울 강남의 재건축 현장.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자료=한경DB
서울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입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업성 우선의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 골라서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부 조합은 자발적으로 공사비를 증액하고 입찰 보증금을 낮추면서 참여의 문을 열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5번째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앞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입찰에 나타난 건설사는 없었다.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앞서 3.3㎡당 공사비를 기존 525만원에서 719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의 수익성을 낮게 보고 참여를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전이 예상됐던 곳에서도 단독참여에 그치기도 했다. 양천구 신정4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 2차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시공사 찾기 너무 힘들어요"…재개발‧재건축 조합마다 '난리'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합들이 나서서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있다.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1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2차 입찰에서 총 공사비를 34% 올린 1283억원(956억원)으로 책정하고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3.3㎡당 공사비를 650만원에서 무려 150만원을 인상한 셈이다.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도 재입찰 공고를 통해 3.3㎡당 공사비를 743만원에서 840만원으로 올렸다.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해 공고를 낸 구로동 보광아파트 재건축도 807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하며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부터 정비사업지 시공사 유찰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월부터는 서울시 조례 개정에 따라 서울에 위치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은 100여 곳 이상으로 이 중에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 ▲서초구 신반포 2·4·7·12·16·20차 등 강남 일대의 ‘알짜’ 사업지도 다수 포함됐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 3구역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자료=한경DB
서울시 용산구 한남 3구역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자료=한경DB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가 낮은 사업장을 수주할 경우, 추후 원자재 값‧인건비 상승 등 공사비 증가에 따른 리스크 해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7월 이후 수주가 가능한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건설사 입장에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규제가 완화되면서 한강변에 초고층건물을 짓거나 단차를 극복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려는 단지가 많다"며 "이 경우 공사의 난도가 높아져 공사비도 당연히 늘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조합이 공사비를 올리거나 또다른 특단의 도치를 내놓지 않으면 입찰을 성공시키기가 어려워진다는 전망이다.

한편 공사비 상승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30가구 이상 모든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2021년 말 선언한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조치다. 민간 아파트의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려면 자재들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시멘트값 인상을 비롯해 전기료, 환경부담금 등이 오르는 것도 공사비 인상의 요인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