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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위원회 ‘뿌리’ 공동행동, 무엇에 분노했나?>

(REP: 한민경/ ENG: 최은서 / ANN: 임가현 / EDIT: 한민경)

<REP> 지난달 8일 본교 성평등위원회 ‘뿌리’가 폐지됐습니다.

<REP>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성평등위원회 폐지’ 건으로 연서명이 진행되었고, 이에 406인의 학우가 동의하여 확대운영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것입니다. 안건 발의자는 학생자치예산의 편향된 사용, 남녀갈등 조장 등을 근거로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REP> ‘성평등위원회 폐지’ 안건은 확운위 참석 인원 101명 중 학생 대표자 59명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습니다.  

<INT> 학우A

“개인적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한 것 중에서 여성 학우에 치중된 사업을 너무 많이 진행한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운 것 같습니다. 만약에 성평위가 조금 더 남성 학우의 의견을 반영한 사업도 (함께) 했으면 폐지까지는 안 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REP> 이에 성평위는 학생회비를 사용한 사업 중 온라인 정혈용품 지원 사업을 제외하고는 참여 자격에 제한이 없었으며, 실제로 다양한 성별의 학우가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REP> 한편 확운위에서 성평위의 태도 또한 논란이 됐습니다. 위원장은 폐지 가결 이후 사업 보고 시간에 안건과 관련이 없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이후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여러 대표자의 발언 중지 요구에도 끝까지 발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1-2 확대운영위원회 영상]

성평등위원장 송지현: 성평등위원회 폐지 발의자께 말합니다. 부디 본인의 영웅심리를 성평등 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안티 페미니스트일 뿐이고, 중앙대학교의 성평등은 당신의 언어로 제한될 수 없습니다. 이곳에 계신 학생대표자분들께도 말씀 올립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중앙대학교의,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회의가 끝난 후 많은 학생사회가 정치계가 언론계가 이 사태를 주목할 것입니다. 여성 혐오가 난무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의 연서명을 통해 안건 상정이 되었다는 것, 표결 이전 성평등위원회 신상 발언조차 부결시켰다는 것, 발의자는 ‘신변 보호’라는 피해자의 언어를 전유하며 총학생회장 뒤에 숨어 발의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

총학생회장 최승혁: 성평등위원장님 죄송합니다. 모든 대표자분들께서는 말씀을 중지해주시고, 관련 의견 발언은 모든 대표자들의 의견을 부정하는 것이고, 묵살하는 것입니다. 당장 발언을 중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성평등위원장 송지현: 총학생회장은 임기 초부터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성평등위원회의 요청은 무시한 채로 실제로 학과와 직책이 거론되며 선을 넘는 위협을 받고 있는 성평등위원회에 대한 어떠한 보호도 없이...

<REP> 말을 마친 후 위원장은 퇴장했으며, 연서명 방해 의혹을 제기하는 대표자의 질의에는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REP> 한편 성평위는 폐지 이후에도 ‘뿌리’ 공식 인스타그램, 대자보 등을 활용하여 폐지의 부당함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일 본교 서울캠퍼스 중앙마루에서 공동행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성평등위원회 공동행동 집회 개최 배경 연설 및 구호]

오늘 우리는 이 땅에 팽배한 성 평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기위해 모였다.

2021년 10월 8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를 계승한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성 평등위원회가 설립 8년 만에 폐지되었다.

성 평등위원회가 페미니즘을 기조로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차별을 용인하고 불평등을 허용하고 싶어 하는 자들은 성별 간격차를 해소하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학문이자 운동인 페미니즘을 본인들의 입맛대로 재단하고 악용하였다.

성평위 탄압하는 총학생회 규탄한다.

총학생회 규탄한다! 총학생회 규탄한다!

평등에 반대하는 대표자들 각성하라.

대표자들 각성하라! 대표자들 각성하라!

익명에 숨어드는 혐오자들 반성하라.

혐오자들 반성하라! 혐오자들 반성하라!

우리들은 끝까지 뽑히지 않는다.

뽑히지 않는다! 뽑히지 않는다!

<REP> 성평위는 이번 폐지 과정에서 학생자치기구의 존폐를 어떤 토론과 숙의도 없이 표결에만 의존하여 결정한 점, 안건명의 오류를 의결안건으로 옮긴 점 등 총 9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REP> 그중에서도 확운위에선 안건명과 관련한 부분에서 입장 차이가 있었습니다. 안건 발의자는 본래 ‘성평등위원회 폐지’와 ‘총학생회 국으로의 조정’으로 연서명을 진행했지만, 확운위에서의 안건명은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관한 건으로만 한정됐습니다. 이후, 여러 대표자들이 질의 및 정정 요구를 했으나, 총학생회장은 “안건 상정자에게 사전에 확인을 받은 것으로 의장이 자의적으로 정정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확운위에서는 원안 정정이 아닌 안건 수정으로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되었으며, ‘폐지에 따른 국으로의 조정’ 안건 또한 부결되었습니다.

<REP> 이에 일부 대표자들은 연서명자들의 의사가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며, 안건명을 바로잡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REP> 이에 최승혁 총학생회장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INT> 총학생회장

“그 안건 상정명에 대해서 자꾸 말씀을 하시는데 의장이 판단해서 안건명을 상정한 것이 아니고요. 안건 상정자께서 안건명을 작성해서 저한테 주셨습니다. 저는 그대로 올린 것뿐이고요.

(연서명에 괄호를 치고 ‘국으로의 조정’이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던데?)

그거는 제가 답변을 못 드리죠, 제가 한 게 아니니까요.

(연서명자의 의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을 드렸잖아요. “안건 상정명의 상정 과정이 이렇다.”라고 말씀을 드렸고, 의장으로서 “안건명을 이렇게 해라”라고 말을 하는 거 자체가 개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REP> 또한, 폐지 이전 내부 논의나 확운위에서의 활발한 토론 또한 없었습니다. 확운위에서 성평위는 신상 발언권마저 부결되어, 표결 이전 안건과 관련한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었습니다. 표결 과정에서는 폐지 결과와 달리 폐지 찬성 토론자가 없었기에 활발한 토론 또한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INT> 총학생회장

“회칙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연서가 있으면 개회 직전에 안건이 상정 가능합니다. 이번 건도 개회 직전에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고 판단을 하고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충분히 민주적 토의 절차에 의거해서 찬반 토론의 기회를 줬고... 찬성 측 패널이 없었기 때문에 반대 측 패널로 참가하시려던 그분들께 발언권을 드려가지고 반대 측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INT>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성평등위원회 폐지 안건 연서명 게시물이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것이 9월 30일, 폐지 안건이 상정된 것은 10 월 5일, 폐지는 10월 8일입니다. (연서명이 올라온 지)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총학생회는 그동안 “성평등위원회가 총학 산하 특별자치기구라는 이유로 독립성을 줄 수 없었다”라고 얘기를 한다면, 이럴 때 적극적으로 성평등위원회를 보호하고 성평등위원회가 학우분들께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평등위원회 당사자와도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REP> 한편 63대 총학생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 성평위의 사업 인수인계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INT>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성폭력 피해 사례 신고 창구 TF를 만들었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현실적으로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TF를 구성하고 계시는 분들은 이제 곧 졸업을 하거나 학생 자치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실 분들인데... 그렇다면 이 내용에 대해서 다음 학생 사회가 이 논의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63대가 기반을 마련해놓는 거라도 해야 되는데 그 기반에 대한 움직임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우리 그냥 TF 만들었다고만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작동할 수 있는가가 상당히 걱정이 되어서...”

<INT> 총학생회장

“총학생회가 시행하는 모든 사업과 정책들의 기본 기조는 성평등이어야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사업과 정책을 이행을 하든지 간에 우선 모든 학우분들께서 성평등을 느끼실 수 있도록 그렇게 진행을 하도록 하고요. (6대 총학생회가) 이러한 성평등 문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잘 인수인계해서 학우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REP>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던 연서명은 약 1주일 만에 총학생회 산하 특별자치기구를 폐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에선 성평위 폐지가 결정된 지 한 달이 된 시점에도, 여전히 본질을 벗어나 개인을 공격하는 혐오표현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INT>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 ‘총살시켜야 한다’, ‘(머리)를 깨야 한다’, ‘죽어라’ 같은 말들을 지금도 듣고 있는데요. 익명성의 힘을 빌려서 성평위원 개인들, 그리고 성평위 폐지에 반대한 대표자들과 개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는 절대 여론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폭력을 저지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만하십시오.”

<REP> 과연, 성평위의 폐지가 학생사회에 남긴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본교의 구성원은 보다 신중한 판단과 정제된 목소리로 학내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REP> UBS 한민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