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은 내가” 78대 78 의회 갈등에 경기도 인사도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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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12. 오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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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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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78대 78’. 지난 6·1 지방선거 결과 이례적으로 여·야가 동수를 이룬 경기도의회가 첫 본회의부터 파행됐다. 12일 경기도의회는 첫 본회를 열어 11대 도의회 의장단을 선출하고 회기를 결정한 뒤 개원식을 거행할 예정이었지만, 본회의는 시작과 동시에 정회가 선포됐고 개원식은 미뤄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당이 전반기 의장을 맡을지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의장직 놓고 서로 “우리가 먼저” 갈등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개의된 경기도의회의 제361회 1차 본회의는 10분도 안 돼 끝났다. 지방자치법(최다선, 연장자)에 따라 의장 직무를 대행한 더불어민주당 염종현(62·4선·부천1) 의원은 “여·야 교섭단체의 합의에 따라 정회를 선포한다”는 말만 하고 의장석을 내려왔다. 여·야는 2차 본회의가 예정된 19일까지 의장단 선출 문제를 포함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회 선포에 따라 오후 1시30분 예정됐던 개원식도 연기됐다. 경기도의회가 제날짜에 개원식을 치르지 못한 건 12년 만이다.

지금까지 경기도의회 의장은 의원 수가 많은 다수당의 다선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78대 78’의 여·야 동수 의회가 구성되면서 양보 없는 기싸움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염 의원을, 국민의힘은 김규창(67·3선·여주2) 의원을 각각 의장 후보로 내정한 뒤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3차 투표를 하고, 결선 투표에서도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를 최종 당선자로 결정한다. 어느 당이 다수당인지가 분명했던 과거에는 당내 후보 결정으로 사실상 의장이 내정돼 이같은 선거 규정은 형식에 불과했지만 ‘78대 78’의회에선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이 갈등의 핵심 주제다.

현재 상황에선 내부 이탈표가 없다면, 이론적으로는 염 의원보다 연장자인 국민의힘 김 의원이 의장이 될 확률이 높지만 여·야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도에선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후반기 모두 선거를 통해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도 내 여당인 민주당은 전반기는 민주당, 후반기는 국민의힘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남종섭 대표의원은 “17개 광역의회 중 11곳이 ‘다선의원, 연장자’를 의장으로 선출하고 있어서 10대 의회에서 회의 규칙 개정을 추진했는데 국민의힘이 반대해 계획을 접었다”며 “의원 수가 동일하니 전·후반기로 나눠 의장을 맡자고 제안했는데 국민의힘 측이 반대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미연 수석대변인은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짬짜미로 뽑자는 것이냐”며 “의회 회의 규칙도 투표로 의장을 선출하게 돼 있다.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당은 의장 선출 외에도 의석수 증가(142석→156석)에 따른 상임위 1개 증설, 상임위원장 배분, 예결위의 도청·도의회 분리 등의; 쟁점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지사부터 시·군 부단체장까지, 경기도 인사 비상
의회 갈등은 김동연 체제 출범 초기인 경기도도 비상이다. 경기도는 의회 국민의힘의 반발 등을 이유로 지난달 29일 제10대 도의회를 통과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개정안’도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정무직 부지사인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이름을 바꾸고 업무도 행정1·2부지사 소관인 부서인 경제실,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 등을 경제부지사가, 평화부지사 산하였던 평화협력국은 행정2부지사가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개정안 공표가 늦어지면서 행정2부지사부터 실·국장, 과장·팀장급의 인사도 모두 정체된 상태다. 경기도 2·3급과 교류하게 되는 도내 31개 시·군 부단체장 인사도 마냥 기다려야 한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남양주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 부시장이 명예퇴직하면서 지금까지 부시장이 공석”이라며 “인사가 계속 늦어지면서 ‘경제부지사 자리를 제외한 내부 인사라도 빨리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당선인 시절부터 검토했던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예산안(국비 포함 1조4000억원 규모)도 뒤로 밀리게 됐다. 안건 접수와 회부는 도의회 의장의 권한이라 의장이 없는 상태에선 안건을 제출하더라도 접수조차 되지 않는다.

궁금증이 이어지자 김 지사는 이날 취임 10일을 맞아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인사 계획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직원들이) 인사나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빠른 시간 안에 조직이 안정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과 ‘투명’을 조직 운영의 두 축으로 삼아 인사와 조직관리에서 특권이나 반칙이 없도록 공정하게 하겠다”며 “개인정보나 보안만 아니라면, 모든 절차와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겠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 모두 한 팀으로 즐겁게 일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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