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대 78' 초유의 경기의회…"의장은 연장자가" 뜻밖의 싸움

입력2022.06.15. 오전 5:00

수정2022.06.15.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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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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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다음 달 1일 개원하는 제11대 경기도의회는 의장 선출부터 여야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의장직은 의원 수가 많은 다수당이 맡게 되는데, 이번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일하게 의석을 양분해서다. 양당은 각자 의원 모임을 열고 차기 의장 후보를 내정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 11대 도의회는 전체 156석을 민주당(지역구 71석, 비례 7석)과 국민의힘(지역구 70석, 비례 8석)이 78석씩 나눠 가졌다. 다음 달 12일 열리는 첫 회기의 1호 안건이 의장 선출이다. 광역의회 의장은 본회의 의사 진행, 안건 상정, 의회 사무처 인사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경기도의회 의장석. 경기도의회

사상 초유의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다선이냐, 연장자냐 논란도

지금까지 경기도의회 의장은 의원 수가 많은 다수당 다선의원이 맡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현행 경기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역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엔 결선투표를 해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데 결선투표 결과의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를 최종 당선자로 결정한다. 사상 초유의 여야 동수 의회가 구성되면서, 과거엔 신경 쓰지 않았던 규칙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내부 이탈표가 없이 의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이론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의장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 각 당의 다선 의원들이 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는데, 민주당은 10대 전반기 민주당 대표의원을 지낸 염종현(61·부천1·4선) 의원이 의장 후보로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3선의 김규창(67·여주2)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정했다. 양당 모두 이탈표가 없다면, 민주당 염 의원보다 6살 많은 국민의힘 김 의원이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선 “나이가 아닌 다선 여부로 의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처럼 “결선 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경우 최다선 의원을,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일 경우 그중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내용으로 회의 규칙을 바꾸자는 것이다. 민주당 A의원은“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여러 지방의회가 ‘다선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직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기도의회 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현재의 의회 규칙에 따라 ‘연장자’를 의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다선 의원’으로 회의 규칙을 바꾸면 등원 거부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민의힘 B의원은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를 무시하는 판단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조짐에 양당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정해지는 대로 협의를 통해 각 당이 전·후반기 의장을 나눠 맡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 기초 의회 5곳도 여야 동수

여야 의원이 동수를 이룬 기초 의회도 비상이다. 현재 고양·하남·김포·양주·포천 등 5개 기초의회가 여야 의원 수가 같다. 고양시는 34개 의석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17명씩 나눠 가졌고 하남시(10석)는 5석씩 갈라졌다. 김포시(14석)와 양주시(8석)는 여야가 7석, 4석씩을 차지했다. 포천시(7석)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명씩 동수를 이룬 가운데 무소속 당선인 1명이 양당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는 물론 기초의회에서도 ‘협치’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