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실손보험 끼워팔기' 논란… 보험사 본사-지점 상반된 주장, 어느쪽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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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3. 오후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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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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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A보험사 전속 지점, 보험금 많이 타간 고객 단독 실손 가입 문턱 높여…장기보험 가입시엔 해당 조건 면제

-반박하고 나선 본사…"그런 심사 기준 없어…해당 지점 자의적 처사"

-황당하다는 전속 지점…"자동심사 설계시스템을 어떻게 지점에서 조정하나"

-"본사, 불법 끼워팔기 조장에 남 탓으로 돌린다" 지적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실손의료보험 '끼워팔기'가 여전히 기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보험금을 많이 타갔던 고객에겐 실손보험 단독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다른 장기보험을 함께 가입할 경우 해당 실손보험 가입 조건을 면제해 줘 사실상 보험사에서 끼워팔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보험사에서는 "본사 지침이 아닌 지점의 자의적인 처사"라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해당 지점에서는 "본사 지침 없이는 시스템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손해보험사가 최근 실손보험 단독 가입 기준 문턱을 높였다.

최근 5년 이내 보험금을 300만원 이상 수령한 이력이 있는 고객에겐 실손보험 단독 가입시 1년이내 건강검진 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통과해야 가입이 가능토록 했다.

해당 설계 전산시스템 심사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검사항목으로 "키, 체중, 혈압, 소변검사-뇨당·뇨단백·뇨장혈, 간기능검사, B형간염보균검사, 콜레스테롤, 혈당 등이 반드시 포함된 대용진단이 필요하고 방문진단 평가는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1개월 내 종합·자녀·간편·운전자보험 가입 계약이 있을 경우엔 대용진단을 제외해준다"는 문구도 덧붙여져 있다.

이와 관련 A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실손보험 가입조건에 대해)지점장에 문의를 해보니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져 지난달 중순부터 가입 기준을 이런식으로 맞추라고 본사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도 이같은 조건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보험사 본사에서는 "이 같은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A보험사 본사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종합형이나 유병자보험 관련 보험금 수령 금액이 300만원 이상인 고객이 단독 실손보험을 가입할 경우 건강검진 서류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직접 방문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장기보험 가입시 실손보험 가입 조건을 면제해 준다는 지침은 한 적이 없다"며 "어떻게 보면 나름의 끼워팔기식의 영업이 될 수 있는데 이런 행위를 본사에서 어떻게 조장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소규모 지점 별로는 이런 경우가 있을 순 있지만, 아무래도 해당 지점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해 이런 인수기준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본사의 설명에 해당 지점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자동 심사 기준 등 설계 전산시스템은 지점장 등 해당 지점에서 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애초에 없을 뿐더러, 이는 본사 인수 심사팀 등에서 결정해야만 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해당 실손보험 자동심사 조건은 지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심사 관련 부분에서 시스템적으로 기준을 이렇게 심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들어 언더라이팅 부서 등 시스템적으로 권한이 있는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지점장의 경우 보통 해당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치솟는 손해율에… 지속되는 '끼워팔기' 영업

이처럼 실손보험 가입 기준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일명 '끼워팔기'가 보험업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는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실손보험을 단독 상품으로만 판매하도록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중복가입 방지와 불필요한 상품을 끼워 파는 행태를 막는다는 취지에서다.

실손보험 끼워팔기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약 4000만명 잉상이 가입하며 제2의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아 보험사 입장에서 애물단지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실손보험은 이익이 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상품까지 가입을 해야 그나마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12.5%로 전년 대비 7.2%p 상승했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선 적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고, 보험금을 수령하기 가장 쉬운 상품 중 하나"라며 "그러다보니 인수 조건 또한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실손보험이 인수 되면 대부분 다른 상품들도 인수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 입장에선 (인수 기준에 대해 제한을 두는 것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끼워팔기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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