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를 마치고 / 김남철

참 좋은 날이다.
조금 빠른 한가위를 보내고 나서
학교는 바쁘다.

코로나 습격으로 2년동안 못했던
각종 행사와 체험학습이 활발하다.
모처럼 살아있는 학교 모습.
우리가 진정 원하는 교육활동이다.

역사탐구대회 본선.
3년만에 찾은 전남대 교육융합관.
탐구대회 실무팀과 자봉들.
기동력있게 행사장 세팅과 점검.

아이들이 몰려온다.
여수에서, 목포에서, 영암에서, 장성에서
중딩과 고딩들이다.
전남교육감 김대중. 영암교육장 최광표, 영광교육장 김춘곤
전남대 역사교육학과장 김경태 교수.
행사 후원 기관인 518기념재단 이기봉 사무처장,
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 
그리고 무안중 정한성 교장, 여수고 한경호 학교장 등이
탐구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오셨다.

개회식과 단체사진 촬영.
그리고 발표. 15팀의 보고서와 영상.
남도의 의병운동, 항일운동, 민주화운동, 근로정신대, 친일청산 등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직접 조사하고 현장 답사를 하여
보고서를 만들거나 영상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았고, 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뛰어났다.
미처 몰랐던 지역을 알게 된 것은 가장 큰 성과이다.

탐구대회 추진위원장을 맡아 기획부터 행사진행까지 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이 바로 거기에 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대회를 마치고 나서
학생들의 소감에서 크나큰 위로와 희망을 본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학생들을 지도한 교사들이 정말 고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준비 과정을 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을 만들어 주는
교사들이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 지도교사들에게 힘찬 박수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그런 교사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까를 고민한다.

12회 탐구대회가 끝났다.
실무팀 김철민, 김민재, 봉창훈, 권사라, 박소영 샘과
심사위원 박해현 교수와 윤이성, 서남원, 문남희 장학사님.
그리고 자봉을 해준 전남대 역사교육과회장 김수빈과 학생들.
바로 그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다.
아참, 심사시간 공백을 의미있게 채워준,
갑자기 공연을 부탁했음에도 수락해준 해룡고 역사교사 김봉모 샘.
정말 멋졌습니다. 
다음에는 차분하게 알찬 공연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김대중 교육감이 행사 취지와 의미를 공감해서
적극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신다고 하니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게 탐구대회가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중딩이 참가 소감에서 ‘집단지성’의 소중함을 말했습니다.
모두가 공감한 말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언급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집단지성의 힘!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22.09.18.

제12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 추진위원장 김남철

책소개

발로, 땀으로 되살려 낸 남도 임진의병의 발자취

‘의병’ 하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및 구한말,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분들 가운데 이름이 생각나는 것은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한 몇몇 의병장 정도다. 의병을 이끌고, 의병을 돕고, 의병에 참여한 많은 분의 자취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궁금해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배우지 않아서,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서 모르는, 이름 없이 죽어간 많은 의병을 우리는 그냥 ‘모른다’고만 해 왔다. 후손 가운데 연고지에 사당이나 당우(堂宇)와 비석을 세워 그분들의 행적을 기리기도 하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서 묻히고 잊힌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곳도 많다.

역사교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 김남철 선생은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 안타까워하며, 무관심과 외면 속에 방치되고 잊혀진 의병들, 그 가운데서도 남도의병들의 자취와 행적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 세월 동안 현장을 답사하고, 후손들을 만나서 묻고, 문헌 자료들을 찾아보며 힘든 여정을 거듭했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많은 곳에서 먼지 쌓인 자료와 방치된 유적들이 잊혀진 의병들의 행적과 자취들을 드러냈다. 저자는 반갑고 고마운 마음 못지않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늘 컸다. 그분들의 삶과 행적을 어떻게든 알리고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어진 노력의 결과가 이 책으로 엮어졌다. 의병과 의병을 낳은 집안의 정신과 행적을 기리며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되살리려는 저자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남도의병의 정신을 통해 우리의 책무와 역할을 되새기다

이 책에서는 49꼭지의 글을 통해 60여 명이 넘는 남도 의병들을 지역에 따라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나주/ 화순, 보성, 장흥/ 순천, 광양, 구례/ 여수, 고흥/ 영암, 강진, 해남/ 함평, 영광, 장성/ 담양, 광주로, 지역마다 4~10꼭지의 글을 통해 해당 지역 의병(주로 의병장)들의 삶과 활약상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이 책에서 저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각각 ‘임진전쟁’, ‘정유전쟁’이라는 용어로 표기했다. 그 까닭은 본문에 밝혀 두었다.)

산골 유배지에서 의병에 참여한 이, 부부가, 부자(父子)가, 가족이 모두 의병에 나선 이, 시묘살이를 마친 후 진주성으로 달려간 형제, 대를 이은 의병 명문가 의병장, 부랑자들을 모아 의병으로 탈바꿈시킨 이, 막대한 재산을 의병 결집에 제공한 의병장, 의병을 일으켜 학행일치를 펼친 이, 안타깝게 공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 한 분 한 분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 많은 분의 숨결과 마음마저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조총을 개발하여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 화차를 개발한 국방과학의 선구자, 전쟁포로에서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가 된 선비 등 익히 알려진 분들이 이야기도 소개된다. 국난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의병장과 가문 사람들의 정신도 새겨두어야 할 점이다.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남도의병의 정신, 멀리 임진의병에서 한말의병 그리고 독립항일운동과 현대의 민주운동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날린 많은 의병장보다 이름 없이 의병 활동에 적극 참여한 의병장들을 알리고 기리는 일은 후세들의 책무이자 역할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본문 속으로

이처럼 충, 효, 열의 정신을 모두 갖춘 양산숙 집안의 내력을 통해 새삼 명가의 전통을 새길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지고 민족정기가 무너져내린 시대라지만 국난 앞에서 죽음으로 충성을 다하고, 어른과 윗사람을 공경하며 효도를 실천하고, 비록 여성의 몸이지만 기꺼이 의를 다한 충절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서양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정통 명가’로서의 위상과 정체성을 지키고 의로움과 당당함을 지키는 집안이 있다. 지금도 박산 마을에는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정신이 유유히 흐른다. (‘유구하게 빛나는 충·효·열 정신―양산숙’, 29~30쪽)

역사의 기록이라는 것이 어찌 모든 사람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임진의병에서 한말의병까지 알려진 의병장들만이 아니라 국난 앞에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이름 없는’ 의병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록이 없어, 후손이 변변치 못해, 또는 왜곡과 탄압에 의해 미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의병장들을 재조명하는 것은 ‘남도의병 역사박물관’ 조성과 함께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나주 임진의병의 시작―이광익’, 47쪽)

그들은 영남이 무너지면 호남도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으로 호남을 지키기 위해 경상우도로 건너갔다. 경상도 의병과 때로는 연합하며, 때로는 단독으로 일본군과 전투를 전개하여 많은 전과를 올렸다. 특히 임계영과 장윤이 거느린 전라좌의병군은 1차 진주성 전투 이후 1592년 10월부터 1593년 초까지 근처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던 성주성을 공격하여 수복하는 데 성공했다. … 이들에게는 지역주의적 편협성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당시 영남 지역 사람들은 전라좌의병에게 깊이 의지하고 있었다. 한때 조정의 명에 따라 호남의병이 영남지역에서 철수해야 할 상황이 되자 이를 반대하는 현지인들의 상소가 빗발쳤다는 사실에서 경상우도 지역에서 활약했던 전라도 의병에 대한 영남인들의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은둔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순절한 장윤’, 110-111쪽)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지역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2022 교육과정 개발에도 ‘지역화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전문가와 교사, 지역민들의 힘과 지혜가 필요할 때다. 지역사 개발과 관련 자료 제작을 통한 향토사 또는 남도의 역사가 반영되는 교과서를 발행하여 지역 학생들이 주인공과 자존감을 정립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전라좌의병 광양의 형제 의병장―강희보와 강희열’, 131쪽)

유팽로가 금산전투에서 순절하자 유팽로의 말은 순절한 유팽로 장군의 머리를 물고 3백 리 밤길을 달려 유팽로의 생가인 합강리에 나타나 부인에게 건네주고 울부짖다 죽었다고 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말의 갸륵한 뜻을 기리고자 말 무덤을 만들어 의마총이라 불렀다. … 저마다 공정을 외치고 불의를 지적하지만 정작 ‘내로남불’이다.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는 ‘아시타불(我是他不)’이 횡행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의마총’을 답사하고, 말 무덤을 한 바퀴 돌면서 삶의 이치와 지혜를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병 참가를 호소했던 유팽로’, 247쪽)

■ 지은이 - 김남철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세상 것들에 관심이 많아 닥치는 대로 좌충우돌하다 5·18을 대면하고 생각이 깊어진다. 역사교사가 되었고, 농산어촌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일에 열성을 다해 왔다. 
전남대학교 국사교육과와 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를 거쳐 전남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고등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역사를 가르쳤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자 지금도 틈만 나면 답사하는 재미에 산다.
알지 못했거나 알려지지 않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역사쟁이가 될 것이다.

차례

추천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병, 영원한 역사교육의 파수꾼 _최광표(영암교육지원청 교육장)
남도 곳곳에서 만난 이름 없는 의병장의 진혼곡 _신봉수(광주예술고등학교 역사교사)
발걸음과 땀방울로 되살려낸 항전의 자취 _박해현(초당대 초빙교수)

책을 내면서 /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의병들을 기억하자

1부 나주
01 임진전쟁 최초의 창의사 김천일
02 유구하게 빛나는 충·효·열의 정신 양산숙
03 전투와 기록으로 승리한 최희량
04 형제들과 함께 충절을 다한 나덕명
05 충의정신을 실천한 유학의 대가 홍천경
06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임환
07 나주 임진의병의 시작 이광익
08 영산강에서 일본군을 저지하다 순절한 최욱
09 영산강 해상의병으로 활약한 김충수 부부
10 적진에서 피눈물로 기록을 남긴 노인

2부 화순, 보성, 장흥
11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남편 최경회
12 금산전투와 진주성 전투에 참가한 문홍헌
13 진주성을 지키기 위해 달려간 화순 출신 의병장들
14 대를 이은 의병 명문가 의병장 박광전
15 전투와 군사행정을 분리하여 승리한 임계영
16 나라를 지키기 위해 충절을 다한 어모장군 전방삭
17 전라 동부지역에서 연전연승한 모의장군 최대성
18 군량 보급을 담당한 일문창의 문위세

3부 순천, 광양, 구례 
19 은둔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순절한 장윤
20 웅천바다와 진주성을 지킨 허일과 6부자
21 조선 조총을 개발하여 해전 승리에 기여한 정사준
22 적정을 살펴 해전 승리에 기여한 성윤문
23 전라좌의병 광양의 형제 의병장 강희보와 강희열
24 구례 석주관에서 맹렬히 싸운 구례의병 칠의사

4부 여수, 고흥
25 이순신을 도와 해전 승리에 기여한 정철 형제들
26 해상의병으로 활약한 흥국사 의승수군
27 고흥반도에 서린 흥양의병의 넋 송대립 형제
28 임진전쟁에 들불처럼 참여한 흥양(고흥) 의병장들

5부 영암, 강진, 해남
29 소나무의 절개를 닮은 전몽성
30 나라를 구하라, 지역을 지켜라! 영암의 임진의병들
31 고향을 지키고 나라를 세운 향보의병장 염걸
32 충효를 위해 다리를 바친 황대중
33 명량대첩을 승리를 이끈 여성 의병 ‘어란’
34 한 고을 한 가문의 일곱 충신 해남 윤씨 의병장들
35 임진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최강

6부 함평, 영광, 장성
36 『화차도설』을 쓴 국방과학의 선구자 변이중
37 호랑이 정신의 기치로 정예의병 양성한 심우신
38 남문 창의를 주도한 김경수
39 불타버린 함평향교를 재건한 노경덕
40 더불어 함께 향토방위로 영광을 지킨 이응종
41 포로문학의 백미 『간양록』을 남긴 강항

7부 담양, 광주
42 두 아들과 의병을 일으켜 충성과 의리를 다한 고경명
43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병 참가를 호소했던 유팽로
44 익호장과 충용장을 하사받은 의병장 김덕령
45 ‘백성을 구하라’, 복수 의리 주장한 송제민
46 막대한 재산을 의병 결집에 제공한 양대박
47 호남의 은덕군자 기효간
48 입암산성을 지키고 부부가 절의를 다한 윤진
49 군량 보급에 힘쓴 의곡장 기효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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