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동물을 움직이고 있다

보름달‧초승달 변화에 따라 규칙적으로 행동

색줄멸(grunion)이란 물고기가 있다.

멸치처럼 생겼는데 몸길이가 15cm 정도로 등쪽이 암청색이고 옆구리와 배는 은백색이다. 옆구리에는 넓고 푸른빛을 띤 은백색의 세로띠가 한 줄 뻗어 있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는 3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이 물고기 떼로 인해 신기한 일이 펼쳐진다. 한밤중에 수백, 수천 마리의 색줄멸이 모래밭으로 떼를 지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탄자니아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세렌게티에 살고 있는 누(wildebeests) 떼. 최근 생물학자들은 육지뿐만 아니라 하늘과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달빛의 영향을 받으며 규칙적인 생태계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Wikipedia

탄자니아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세렌게티에 살고 있는 누(wildebeests) 떼. 최근 생물학자들은 육지뿐만 아니라 하늘과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달빛의 영향을 받으며 규칙적인 생태계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Wikipedia

물고기‧곤충‧새 등 달빛에 따라 움직여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암컷의 역할은 알을 낳는 일이다. 모래밭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꼬리를 집어넣은 후 알을 낳으면 수컷은 암컷을 감싸며 알을 낳은 자리에 정액을 쏟아 넣는다.

그리고 열흘 정도가 지나면 알이 부화해 수많은 새끼들이 파도에 밀려 바닷속으로 밀려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해변을 찾고 있다.

9일 ‘사이언스 뉴스’ 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색줄멸의 이러한 습관에 관심을 갖고 그 원인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그 원인이 보름달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구를 돌고 있는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면 파도를 일으켜 색줄멸이 헤엄을 치고 있는 바닷물을 모래밭으로 쓸어 올리면서 이들 물고기들로 하여금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것.

물고기 떼가 해변 모래밭으로 올라와 보름달 아래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관을 연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과 색줄멸 사이에 자연법칙이 존재하고 있었다.

색줄멸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달의 영향력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은 사람이 시계를 보듯 보름달과 초승달 사이에서 적절한 때를 선택해 알을 낳거나 교미를 하고, 신호를 주고받고, 먹이를 찾아 나서는 등 다양하면서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의 생태학자 데이비드 도미노니(David Dominoni) 교수는 “그동안 연구 결과에 비추어 달빛이 수많은 동물들의 생리 작용과 행위에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달빛이 동물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들을 찾아내 분류해왔다. 그리고 최근 물고기, 사자, 딱정벌레, 새 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이 놀라울 만큼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동물 생태계 연구, 달의 비중 높아져 

탄자니아 야생동물 구역인 세렌게티에는 많은 사자들이 살고 있다.

이 포식자들은 한밤중 달빛이 사라진 시간에 약한 동물들을 사냥하며 살아왔다. 사람과 함께 사냥에 성공해온 대표적인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은 사냥을 당하는 약한 동물들에게 있었다.

약한 동물들은 맹수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두운 밤중에 먹이를 구하게 된다. 그러나 밝은 달빛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생태학자 메레디스 팔머(Meredith Palmer) 교수는 사냥을 당하는 동물들이 어두운 달빛 아래서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세렌케티 초원에 225개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년 간 동물 움직임을 관찰해왔다.

그리고 사자의 먹이였던 누(wildebeests), 얼룩말, 가젤, 버팔로 등이 민감하게 달빛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동물은 사자에게 있어 세 번째로 많은 먹이가 되고 있는 연약한 동물이다. 그러나 달빛에 가장 민감한 동물로 밝혀지고 있다. 달빛의 밝기에 따라 보름달이 뜨면 활동을 자제하고, 초승달로 갈수록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자가 가장 많은 사냥을 하고 있는 버팔로는 달빛이 밝을 경우 무리를 형성한다. 함께 모여 풀을 뜯으면서 예상되는 사자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들도 달빛을 감지하며 살고 있다.

야행성 쇠똥구리(dung beetles)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곤충에게 있어 큰 동물의 똥은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다. 살 수 있는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해주는 원천이다.

문제는 먹이를 구하기 전후에 발생하는 방향감각이다.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을 경우 길을 잃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밟혀 죽을 수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광학자 제임스 포스터(James Foster) 교수는 “쇠똥구리가 달빛을 통해 방향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편광되어진 달빛(polarized moonlight)을 통해 집으로 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고 있다는 것.

포스터 교수 연구팀은 다른 곤충들도 쇠똥구리의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연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 논문은 지난 1월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최근 달빛이 산호초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비롯 해양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많은 어족들의 이동에, 상공에서는 수많은 새들의 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내고 있다. 관계자들은 달빛과 관련된 동식물 생태계 연구가 향후 생물학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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