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의식과 감성의 개선에 화응하려는
새로운 문예의 시도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해『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 등을 발간한 중견 시인 오봉옥의 국내 최초 웹툰시집이 출간되었다.
신작 시집을 웹툰시 형식으로 발간하는 일은 유례가 없는 새로운 문예의 시도라는 점에서, ‘웹툰시’라는 명칭을 다는 일에도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이렇듯 시의 대중화에 기여하려는 노력은 웹툰이라는 매체와 시를 결합해 시적 상상력이 만화에 영향을 주어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게 하고,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 또 다른 영감을 주고 시의 세계와 그 저변이 더욱 넓어지게 한다.
또한 웹툰시집의 발간은 ‘장르 혼합’이라는 측면에서 문예사적으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문학의 정수라 불리는 시 장르와 친근한 웹툰의 만남은 문학계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임을 넘어 시너지를 발산하는 작업임이 분명하다.
천진난만의 기운이 어린 시세계
맛깔나는 구어체와 방언의 시언어
오봉옥은 이번 시집에서 천진난만의 기운이 서린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적 화자는 ‘이순’이 넘어서야 ‘이슬의 뜻’을 깨닫고는 “이제야 무릎 꿇고/ 막 태어난 갓난아이 넘겨받듯이/ 풀잎에서 미끄러지는 이슬 한 몸/ 두 손으로 정섯껏 받는다”(「이슬을 받는다」) 하고, ‘앳된 비구니 스님 셋이/ 인사동 카페에 들어와 까르르 까르르’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되는 게 해탈이다’(「해탈」)고 깨닫는다. 천진난만의 기운이 전해져, 진실한 예술작품의 창조성이 독자의 마음과 생생한 기운으로 교감하고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또 오봉옥이 꿈꾸는 세상은 순수의 세계 그 자체이다. “시인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하니/ 다음 세상에선/ 번잡한 세상 따윈 기웃거리지 않고/ 고요한 숲속 문지기가 되어야지/ 아침이면 곤히 잠든 나무들 흔들어 깨우고/ 낮엔 새들 불러내 함께 노래해야지”(「꿈」) 하며 만물의 교감을 노래한다.
그가 보여주는 천진난만의 기운은 언어 사용에 있어 맛깔나는 구어체로 드러난다. “휠체어 탄 울엄니 등산 간다는 나에게 말하시네./ 산에 가서 구절초를 보거든 그 냄새 쪼깨만 개비에 넣어 온나./ 오는 길에 바다에도 들를 거라는 말엔 또,/ 갯바닥에 가믄 파도소리도 쬠만 귓구녕에 담아오고 잉.”(「자식 생각」) 산에 혼자 가면서 미안해할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며 농담을 건네는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촌철살인의 시정신을 극대화하는 웹툰의 만남
이번 시집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촌철살인의 시정신을 보여준 짧은 시들이 웹툰을 만나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사랑은 경주마처럼2」 를 보면, “경주마처럼 그대만 보고 달려가리/ 화살처럼/ 번개처럼/ 그대의 가슴에 가 꽂히리/ 가서 히이이잉 대책 없이 무너지리”의 내용이 번개처럼 달려가는 말의 이미지와 결합 되어 전달력이 배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의 연과 행 사이의 시정신이 웹툰이라는 표현 방식을 만나 행간에 담은 시인의 의도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즐겁고 적극적으로 시의 의미를 체화할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웹툰과 시의 만남은 이렇듯 의외의 시너지를 가진 새로운 문예시도라는 발견을 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