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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본청약 포기 속출 … 사전청약 '무용지물'

연규욱 기자
입력 : 
2023-06-21 17:31:27
수정 : 
2023-06-21 19: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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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호반 61% 포기 역대최대
파주운정·양주회천도 잇따라
본청약 지연에 집값 떨어지자
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서기도
사진설명
인천 검단, 양주 회천 등 수도권 민간 사전청약 단지에서 당첨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검단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올 들어 본청약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 사전청약 아파트단지에서 이탈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본청약이 지연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대거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본청약이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분양가격도 사전청약 당시 제시한 금액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9일 본청약 입주자 모집 공고문이 게재된 검단신도시 AB19블록 호반써밋V는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301가구를 배정했다.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가 77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넘는 470명(61%)이 분양을 포기한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본청약이 실시된 사전청약 단지 중 가장 높은 이탈 비율이다.

단지는 2021년 12월 사전청약이 진행됐다. 본래 이듬해인 2022년 9월 본청약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그로부터 9개월이 더 지난 이달에서야 본청약 공고가 나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이탈이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론된다. 사전청약은 당첨 이후 본청약 전까지 언제든 포기 의사를 건설사에 전달할 수 있다.

민간 사전청약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과열된 주택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킨다는 목표하에 최초로 도입된 주택공급 제도다. 2021년 11월부터 1년간 총 45개 민간분양 아파트가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청약시장도 가라앉자 현 정부는 민간 사전청약 제도를 사실상 거둬들였다.

앞서 본청약이 실시된 3곳 역시 사전청약 당첨 지위를 포기한 이탈자가 수두룩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 본청약에 돌입한 '파주 운정신도시 A49블록 시티프라디움'은 사전청약 당첨자 438명 중 227명(51.8%)이 발을 뺀 상황이었다. 지난 1월 '양주 회천지구 A-20블록 대광로제비앙 2차' 역시 502명 가운데 275명(54.8%)이 본청약 시점에 도달하기 전 이미 분양 포기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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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대부분은 사전청약 당시 예고했던 본청약 시기가 지연된 단지다. 지난해 2월 사전청약을 실시한 양주 회천 대광로제비앙 2차는 본래 예정된 본청약 시점이 그해 6월이었으나 그로부터 7개월이 늦춰진 올해 1월에서야 본청약을 시행했다. 본청약이 늦어진 만큼 입주 예정 시기 또한 뒤로 밀렸다.

본청약 시점이 늦춰지면서 분양가격도 올랐다. 이번 검단 호반써밋V 분양가는 84㎡A타입 5층 이상(기준층)이 4억9860만원으로 책정됐다. 사전청약 당시 해당 타입에 대한 추정 분양가는 4억6475만원이었다. 계획보다 9개월이나 지연되면서 분양가가 3385만원(7.3%)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상승률은 본청약이 진행된 4개 단지 중 가장 크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예정된 시기 내 본청약을 실시한 운정 시티프라디움은 분양가격(84㎡A타입 기준)이 0.9% 오르는 데 그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은 대부분 교통망 등 주거환경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곳"이라며 "본청약 시점이 지연되는 동안 집값이 많이 하락하면서 당첨자들이 기존 주택을 매수하거나 분양가격이 확실히 정해진 다른 분양단지 등으로 대거 선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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