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경 글로벌 멘토링 협회(GMA) 회장

[컴퓨터월드] 한국상용SW협회(회장 송영선)는 회원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사)글로벌멘토링협회(Global Mentoring Association, 회장 김옥경)와 지난달 13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패키지 SW 솔루션 공급 전문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평가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패키지 SW는 지극히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패키지 SW는 다수 있다. 아무튼 패키지 SW 전문기업들로 구성된 한국상용SW협회의 가장 큰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패키지SW 전문기업 탄생이다. 해서 송영선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원사 탄생”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했다. 전임 조풍연 회장도 “유니콘 기업 탄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들 두 회장의 표현은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아무리 좋은 SW를 만들어도 세계인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글로벌 제품이 안 되고 사장되고 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송영선 회장은 이미 그런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자사 솔루션을 수출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및 제휴를 맺고 있고, 또한 미국에 지사도 설립해 솔루션도 개발한 상태이다. 그러나 실적은 미미하다. 특히 혼자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송 회장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한국상용SW협회가 글로벌멘토링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멘토링협회(이하 GMA)는 후학들을 양성하고, 회원들의 경험을 나누고,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코치 멘토링, 네트워크를 통한 활발한 사업수행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월 발족시켰다고 한다. 2년여 밖에 안 된 신생 사단법인이지만 실질적인 성과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협회는 지난달 말 현재 85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주로 지난 1999년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특별 연수생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속된 말로 회원들이 쟁쟁하다고 한다. 특히 김옥경 회장을 중심으로 한 회원들은 후학들을 위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주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고 한다. 김옥경 회장을 만났다.

김옥경 글로벌 멘토링 협회(GMA) 회장
김옥경 글로벌 멘토링 협회(GMA) 회장

GMA, 벤처 1세대들로 구성

- 사단법인 GMA는 어떤 단체인가.

“GMA는 스타트업 벤처들을 육성 및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발족시켰다. 즉 대한민국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이다. 회원들은 주로 KSVF(한-스탠퍼드 벤처포럼)의 멤버들(243명)인데, 이들 가운데 85명이 참여했다. 참고로 KSVF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특별 연수생들이자 벤처 1세대들로 구성됐고, 지난 1999년 발족시켜 올해로 2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GMA는 20년 이상의 벤처경험을 통해 얻은 KSVF 회원들의 값진 지식과 경영자 정신을 후배 기업가들에게 전수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출범시킨 것이다. 창업기업들의 투자유치, 해외 진출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돕기 위한 멘토링 등이 주 역할이다. 한마디로 스타트업 기업이나 기존 SW 전문기업들이 국내서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게 GMA 설립의 기본 목표이다.”


KSVF는 지난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를 방문하면서 출범의 발단이 됐다고 한다. 즉 IT 닷컴 열기와 함께 글로벌 핵심인력 양성 및 국내 IT벤처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한 ‘한국-스탠퍼드 벤처비즈니스 연수과정(SEIT Strategy Entrepreneurship in IT Industry)’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관련 부처인 정보통신부는 IT벤처기업 등의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털, 학계, IT비즈니스전문가, 정책입안자 등 총 50여명을 매년 선발해 5년 동안 연수생들을 보냈다. 교육은 주로 벤처기업가 정신, 벤처캐피탈과 창업, 인터넷 비즈니스 등 벤처기업의 창업 경영활동과 관련된 교과목들을 중심으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됐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1기 넥슨 김정주 회장, 2기 정준 회장(솔리텍), 3기 수출입은행 방문규 행장, 4기 게임빌 송병준 의장, 5기 에이피위성통신 오대일 대표 등이라고 한다. 송영선 회장은 3기라고 한다. 김옥경 회장은 KSVF 출범부터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GMA는 따라서 인력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즉 대학교수들을 비롯해 벤처캐피탈리스트,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자들이 많아 멘토링은 물론 글로벌 네트워킹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김옥경 회장의 설명이다.


20년 이상 경험 많은 인력자원 풍부

- 실질적으로 GMA가 수행한 성과나 진행 중에 있는 지원활동이 있다면.

“GMA가 출범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게 정부에서 주관한 ‘벤처 르네상스 포럼’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했다. 다시 말해 벤처산업 발전에 대한 정책 제언에서부터 대학생들의 청년 창업을 위한 여러 번의 멘토링 교육도 진행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NIPA에서 발주한 AI바우처 사업 기업들 가운데 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했다.”

“또한 투자유치에도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패션 기업인 ‘디자이너블’사와 AI를 활용한 시설물안전관리 전문기업인 ‘딥인스펙션’사에는 각각 25억 원과 15억 원씩 총 40억 원을 투자받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또한 올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본투글로벌센터(판교 스타트업 센터) 김종갑 센터장의 요청으로 인큐베이팅 회사를 멘토링 한 바 있고, 현재 아이엠테크라는 회사를 멘토링해 주고 있다.”

“즉 이들 회사에 직접 찾아가 스케일업 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 비즈니스 네트워킹 매칭 등을 해 주고 있다. 참고로 아이엠테크는 플라스틱 강도를 높여 알루미늄의 5배, 무게는 가볍게 하는 신소재를 개발 중에 있다. 이처럼 GMA 인력자원을 활용한다면 한국상용SW협회 회원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옥경 회장은 KSVF와 GMA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를 회장으로 추대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성장 및 활동하고 있고, 둘째, 다양한 나라 및 분야에서 50년여 동안의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한 보기 드문 인물이고, 셋째, 올해로 74세이지만 아직도 열정과 의지는 30대에 못지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골프를 즐기는데, 지난해에 에이지 슈터(Age Shooter, 73타)를 기록했을 만큼 건강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는 후학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남다르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때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비즈니스 때문에 회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했으나 모두가 반대해 귀국 후 다시 이끌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지름길이 없다”     한국인들의 가장 큰 약점은 ‘얼렁뚱땅’이라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그만큼 손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은 지름길이 없고, 모든 일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경험 지론이다.
“이 세상은 지름길이 없다”     한국인들의 가장 큰 약점은 ‘얼렁뚱땅’이라고 김 회장은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은 고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그만큼 손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은 지름길이 없고, 모든 일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경험 지론이다.

세계적인 송유관 건설 전문가

- 사우디에서의 성공적인 사업을 이뤘고, 세계적인 송유관 건설 전문가라는 명성도 얻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1975년 사우디로 갔을 당시 그 나라는 1차(1973년), 2차(1978년) 오일쇼크로 인해 떠오르는 시장, 즉 오일머니가 넘쳐나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로 떠나기 전에 미 국방부 일, 즉 미군부대 남한강 이남지역 중요 시설의 침입경보장치 설계, 시공 및 유지보수 일을 했었다. 사실 그 일은 보안상 미국인들만이 할 수 있었지만 할 사람이 없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뽑았고, 제가 유일한 합격자였다. 그러나 미국인들만이 할 수 있는 업무라 결국 감사의 지적사항이 돼 2년여 만에 그만둬야만 했다. ”

“아무튼 그 일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미국인인 A씨가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 해외로 나가 사업을 하면 어떻겠느냐?”라면서 사우디에 간다면 친구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해서 무작정 사우디로 떠났다. 벤처 사업을 하면 성공가능성도 높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사우디는 입출국이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A씨가 비자를 받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막상 사우디에 도착했지만 막막했다. 마치 넓은 우주공간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여하튼 A씨가 소개시켜 준 알카타니라는 종족 가운데 한 사람을 만났고, 수익의 절반을 나누자는 조건으로 신사협정을 맺고 ‘알콰타니(F. M. ALQAHTANI EST)’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사우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고,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지 조차도 잘 몰랐다. 참으로 암담했다. 해서 한 달여 기간 동안 전기도 없는 텐트 생활을 했고, 도시락을 싸들고 이곳 저곳 다니며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살폈다. 심지어는 유목민인 베두인들과도 숙박하며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결국 유정(油井)에서부터 정유공장까지 연결하는 송유관의 일부, 즉 유정관(wellhead)을 연결하고 공급하는 사업아이템을 찾아냈다. 다시 말해 남들이 잘 못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이 첫 벤처사업의 시작이자 인생의 길라잡이가 됐고, 세계적인 송유관 건설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다행히 사업은 번창했고, 3년여 만에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경쟁을 벌일 만큼 급팽창했다.”


사우디에서 사업 성공한 벤처사업가

김 회장은 1978년 당시 약 400km 가량 되는 사업 반경을 중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했고, 전기공학에서부터 기계공학, 토목공학, 금속공학, 측량 등 비즈니스는 물론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크메르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전라남도 광양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할아버지가 천석군이었다고 한다. 그 덕에 4살 때부터 서당에 다니게 돼 한자를 많이 알게됐고, 그로 인해 중국인들과는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중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영어는 연세대 인요한 교수의 형이 유소년 시절 친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고 한다. 그는 중2 때 당시 영어 선생님보다 더 영어를 잘했을 만큼 언어구사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일본어와 크메르어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한다.


-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거두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마케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첫 번째가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에 적합한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지의 네트워크, 시장 상황, 그리고 문화 등을 잘 알고 있는 기관의 지원과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입해 먹는 수입쇠고기의 경우 뉴질랜드산은 풀냄새가 많이 난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송아지가 태어나면 플로리다로 보내 약 6개월 동안 풀을 뜯어 먹게 하고, 이후 6개월은 오마하로 보내 곡식을 먹인다고 한다. 즉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균형을 맞춘다고 한다. 한국의 상용SW 기업들이 수출을 위해서는 그 나라에 적합한 SW를 개발해야만 하고, 정부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정부는 벤처 또는 스타트업 기업 양성을 위해 많은 돈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은 지극히 미미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이유 3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정부의 규제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어렵고, 셋째는 대기업 위주의 인식과 산업 구조라고 생각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부가 자금을 제공할 때 실질적인 내용평가를 통해 지원해야만 하는데, 의례적이고 관례적인 명성 및 형식만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들도 선순환 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관례적인 영수처리를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KSVF나 GMA를 설립한 것도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및 양성을 위한 선순환 구조 확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

- 사실 스타트업도 중요하지만 15년 이상 20년 된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객들로부터 검증받은 솔루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SW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양쪽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SW 생태계는 규제 및 제약들이 미국, 북유럽 등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GMA를 계속 성장시켜 국내 벤처산업 육성의 핵심적인 단체로 발돋움시키고 싶다. 스타트업과 벤처들의 해외 진출, 투자유치, 민관협력 사업들의 원활한 추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모든 회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해 후배 기업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KSVF는 지속적으로 세미나 등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 및 정보교류 등을 할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공개 세미나, 벤처 클리닉 등을 더욱 활발히 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한편 김 회장은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신조를 갖고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특히 그는 안정보다는 변화와 도전을, 그리고 창의적인 발전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항상 긍정적으로 일해 왔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김 회장은 격변의 시대라 할 수 있는 70년대 중반, 사우디에 혈혈단신의 몸으로 날아가 젊음을 자산으로 혼신의 열정을 쏟으며 열사의 사막에서 수천 Km의 사막횡단 송유관을 비롯해 7기의 정유공장 등을 건설했다. 대기업도 아닌 개인이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 회장은 “그 일로 인해 한국인의 위상을 타국에 각인시킨 게 가장 큰 보람이었고, 이젠 그런 경험들로 미래 대한민국의 짊어질 후배들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회가 있는 곳에 찾아가는 게 도전이고, 벤처기업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대로 후배들이 그런 그의 의지와 열정을 잘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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