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서울은 콘크리트 도시?”…규제 완화에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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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6. 오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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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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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서울 공간계획의 기준이 되는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 공청회가 지난 24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시는 보존에서 개발로, 도시계획의 방향 전환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2040 서울플랜은 한강변 아파트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한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정비구역 관계자들은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초안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으로 터져 나올 개발 욕구에 대한 관리와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높이 규제, 유연하게 완화” 개발 기대감 부풀린 서울시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한 김인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사문화 보존을 위해 많은 규제를 해왔던 도심에 대해 정비를 활성화하기로, 큰 틀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필요한 경우 높이 규제를 일부 유연화하고 용적률 기준을 완화하고 개발방식도 정비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높이 규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주거용 건물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한 층수 규제입니다. 앞서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에서 자연과 역사 경관을 저해하는 고층 건물의 난립을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층수 기준을 제시한 2030 서울플랜과 달리, 2040 서울플랜에는‘위원회 심의에서 결정한다’는 원칙만 담기로 했습니다. 김인희 선임 연구위원은 “높이 규제를 모두 풀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높이 규제와 관련된 경관 심의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경관지구, 고도지구, 남산 주변 높이 규제는 또 다른 서울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모든 시민의 관점에서, 위원회에서 주변과의 맥락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서울시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안)

■ 정비구역 “층수 높이겠다…지체 시 사업비 증가 우려”

서울시의 다소 추상적인 설명에도 정비구역 관계자들은 높이 규제 완화를 환영했습니다. 한남뉴타운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존 인·허가 때 남산 해발고도를 이유로 최고 높이를 118m에서 90m로 낮췄다”면서 “동간 거리가 좁아져 주거환경이 악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북가좌 6구역 관계자는 “스카이라인 관리기준 개편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접수를 유보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이 일정 지연과 사업 지체, 사업비 증가로 인해 불안해한다”면서 조속한 계획 확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2040 서울플랜은 중앙정부와 협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러야 올해 말 확정 공고할 수 있습니다. 정비계획 변경의 근거가 되는 재정비계획의 변경 등 후속 절차도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규제 완화가 시행되려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서울은 공간적 확장이 쉽지 않고 입체적인 활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높이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규제를 완화하면 여러 욕구가 나오는데 서울시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그런 욕심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현실적인 난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굵직한 개발 계획에… “콘크리트 도시로 가나” 비판도

높이 규제 완화 말고도 2040 서울플랜에는 대규모 개발 계획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강남의 경부고속도로를 입체화하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과 관련해 철도와 강변북로 인근 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계획도 구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철도 전문가로 참석한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도시 공간을 단절시킨 선(線)적인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자는 요구에 공감하지만, 재원과 공사 중 대책,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이면도로 개선이나 보행 SOC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 같은 미래교통 인프라에 대해서도 산업적 관점뿐만 아니라 시민 편익에 대한 냉정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택시 등 기존 교통수단과의 충돌과 환승 문제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민 의견 수렴 순서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방재 계획이 부재하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2040 서울플랜은 지난 계획에 비해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가장 많이 투입되고 온실가스 배출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민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려 해도 도시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으로 가는 경로에 있는 OECD 국가 주요 도시 중에서 기후변화를 소홀히 다루는 도시는 없을 것”이라면서 “2040년 계획이라고 보기에는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시민으로 공청회에 참석한 윤순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도 “세계 과학계가 앞으로 30~50년 사이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자연재해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거환경보다 생존이 중요할 수 있다”면서 폭염사태 등에 대한 도시 차원의 대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도 주문했습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 복지와 불평등 해소, 도심 일자리 보호 등 사람을 위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의견 수렴을 토대로 2040 서울플랜을 마련하고, 국토부의 국토계획평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시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확정 공고할 계획입니다.

서울플랜은 서울시 정책, 사업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어서, 높이와 용적률, 용도 등 구체적인 내용은 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 생활계획 등 분야별 후속 계획 수립 절차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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